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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보고 누락' 책임 위승호 정책실장, 육군 정책연구관으로 전보 조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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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승호 전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이 지닌달 30일 국정자문기획위원회에 현안보고를 하기 위해 서울 통의동 정부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최정동 기자

국방부는 위승호(육사 38기ㆍ중장) 국방정책실장을 육군 정책연구관으로 전보하는 인사를 했다고 6일 밝혔다.

위 전 실장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 발사대 4기 반입 '보고 누락'에 관한 전날 청와대의 조사결과 발표에서 '실무자가 작성한 보고서 초안에서 관련 내용 삭제를 지시한'인물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전날 청와대가 '직무에서 배제한다'고 발표한 직후 인사가 났다. 직위해제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육군 정책연구관은 보통 전역을 앞둔 장성이 가는 자리다.
국방부는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위 전 실장을 대상으로 추가 조사를 진행할 계획인데, 군 안팎에선 "사실상 군 생활을 마무리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가 맡았던 국방정책실장직은 후임이 임명될 때까지 장경수 국방부 정책기획관(육사 41기ㆍ소장)이 직무대리를 맡게 된다.

청와대 조사에 따르면 위 전 실장은 국방부 실무자가 작성한 보고서 초안에 있던 ‘(이미 배치된 2기 외에 추가 반입한 4기를 포함한) 6기 발사대’ ‘모 캠프에 보관’ 등의 문구를 삭제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청와대 조사에서 “발사대 추가 반입 사실은 미군과 비공개하자고 합의한 사항이기 때문에 관련 문구를 뺐다. 구두로 부연 설명하려고 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관련 문구를 따로 구두로 보고하지 않았다. 발사대 추가 반입은 지난 정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통해 황교안 전 대통령직무대행까지 보고된 사항”이라고 보고 누락의 책임을 그에게 지웠다.

위 전 실장은 육군 36사단장ㆍ국방대 총장 등을 거쳐 올 1월 국방정책실장에 취임한 정책통이다.
군 관계자는 “호남(전남 장흥)출신이기 때문에 오히려 새 정부에서 중용될 것이란 전망도 돌았다"며 "꼼꼼하고 치밀한 성격이라 대통령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사항을 보고에서 빠뜨릴 사람은 아니다”고 그를 말했다. 그와 가까운 군 인사들과 야당에선 "청와대와 국방부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그가 ‘꼬리 자르기’식 희생양이 된 것 아니냐"는 견해도 나온다. "위 전 실장 한 명을 인사조치함으로써 실제로 보고서 누락이 있었다는 점을 강조할 수도 있고, 김관진 전 안보실장이나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책임을 면할 수 있는 묘수 아니냐"는 것이다. 조영희 바른정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청와대가) 이 문제(사드 보고 누락)를 위 실장의 잘못으로 수습하느라 애쓰는 모습”이라며 “위 실장이 사드발사대의 추가반입 사실을 의도적으로 누락할 이유가 있었는지 정말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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