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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정 국가안보실 2차장 사실상 경질…"소문 책임지고 사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기정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사실상 경질됐다. 지난달 24일 2차장으로 발탁된지 불과 13일만이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각 부처 업무보고를 시작한 24일 김기정 위원장이 입장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각 부처 업무보고를 시작한 24일 김기정 위원장이 입장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5일 "업무 과중으로 인한 급격한 건강악화와 시중에 도는 구설 등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오늘 사의를 표명했다"며 "김 전 실장은 현재 병원에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차장은 이날 오후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청와대 수석ㆍ보좌관 회의에도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청와대가 '건강 악화'를 김 전 차장이 사의를 표명한 이유로 들었지만 사실상 '경질'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전 차장의 임명 후 줄곧 '교수 시절 행적'에 대한 제보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여권의 관계자들은 "경질 이유는 연세대 교수 재직 시절의 부적절한 품행과 관련된 사안 때문"이라고 전하고 있다.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김 전 차장의 임명 직후부터 교수 시절의 부적절한 처신과 관련된 민원이 다수 접수됐다”며 “특히 여성 단체 등에서의 반발이 많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캠프 등에서 함께 활동하면서 일부 소문은 있었지만 ‘설마 설마’했었는데, 2차장 임명 직후부터 김 전 차장의 부적절한 처신과 관련한 구체적인 정황들이 청와대에 다양한 경로로 보고됐다”고 말했다.

 김 전 차장은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브레인’ 역할을 맡았던 싱크탱크 ‘국민성장’의 핵심 멤버다. 선거 기간 내내 문 대통령의 외교ㆍ안보 관련 정책을 총괄한 역할을 맡았고,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는 외교ㆍ안보 분과 위원장으로 발탁되기도 했다.

 그러나 위원장으로 임명된지 3일만에 재차 안보실 2차장으로 임명되면서 인사 과정에서 혼선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다 29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청와대에서 NSC 상임위가 긴급 소집된 가운데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회의에는 정 실장, 이상철 1차장, 김기정 2차장, 한민구 국방부장관, 윤병세 외교부장관, 홍용표 통일부장관, 임종석 비서실장,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이병호 국정원장이며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박수현 대변인이 참석했다. 청와대제공

지난다 29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청와대에서 NSC 상임위가 긴급 소집된 가운데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회의에는 정 실장, 이상철 1차장, 김기정 2차장, 한민구 국방부장관, 윤병세 외교부장관, 홍용표 통일부장관, 임종석 비서실장,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이병호 국정원장이며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박수현 대변인이 참석했다. 청와대제공

당시 청와대 관계자는 “자문위원회에서 활동 중인 인사는 1기 내각이나 청와대 참모로 발탁될 가능성이 낮다”고 밝혔다. 그러다 3일만에 김 전 차장에 대한 인사가 재차 발표되면서 문 대통령의 인사 과정의 ‘스텝이 꼬인 게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김 전 차장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출신이다. 현재 청와대 통일ㆍ외교ㆍ안보 특보를 맡고 있는 문정인 연대 명예특임교수(철학과 졸ㆍ정외과 교수), 강경화 외교장관 후보자 등과 함께 문재인 정부 외교ㆍ안보 라인에 ‘연정 라인’을 구축하기도 했다.

  인사 검증 과정에서 잇따라 허점이 드러나면서 청와대에 비상에 걸렸다. 지난 1일 안현호 전 일자리수석을 내정 단계에서 철회한 적이 있지만, 문 대통령이 직접 기자회견을 통해 임명한 수석비서관이 업무를 보던 중 경질된 것은 무게감이 다르다.

특히 이달 말로 예정된 한ㆍ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외교ㆍ안보 전략과 실무를 맡았던 책임자가 낙마하면서 외교 현안에 대처하는데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김 전 차장이 맡은 안보실 2차장의 역할은 정의용 안보실장을 도와  외교ㆍ통일ㆍ정보융합ㆍ사이버안보 분야를 총괄하는 것이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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