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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문 사태 28주년, 홍콩 우산혁명 세대 “중국 민주화까지 책임질 필요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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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지난 4일 홍콩 빅토리아공원에서 &#39;천안문 사태 28주년&#39;을 추모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주최 측 추산 11만여 명이 참여했다. [홍콩 AP=연합뉴스]&nbsp;</div>

지난 4일 홍콩 빅토리아공원에서 '천안문 사태 28주년'을 추모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주최 측 추산 11만여 명이 참여했다. [홍콩 AP=연합뉴스] 

지난 4일 중국 천안문(天安門) 사태가 28주년을 맞은 가운데 홍콩 대학생들의 중국 민주화에 대한 열의와 관심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4일 밤 빅토리아공원에서 열린 촛불 추모집회에 홍콩대·중문대 등 대부분 대학의 학생회가 이날 집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천안문 추모 집회가 홍콩 시민사회의 주요 행사라는 점에서 이례적인 모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집회 규모도 주최측 추산 지난해보다 1만5000여 명 줄어든 11만여 명에 그쳤다.

올해 추모집회 규모 1만5000명 줄어든 11만명 #대학생들은 7월1일 '홍콩 반환 20주년' 행사 진행 #"홍콩인, 중국 민주화 추진 책임 없다" 30% 넘어 #우산혁명 강경 진압 캐리 람 행정장관 올라 #우산혁명 관련자 9명 기소…집회장소 사용 불허

홍콩 대학생들은 대신 다음달 1일 홍콩 주권 반환 20주년을 앞두고 관련 행사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홍콩대 포럼에서는 “중국의 침범으로부터 홍콩인의 생존공간을 지킬 필요가 있다”는 등 홍콩 민주화를 우선하는 목소리가 많았다고 일본 아사히신문은 5일 전했다.
반면 중국 민주화에 대한 관심도는 급격히 떨어지는 추세다.
홍콩대 자체 여론조사에 따르면 “홍콩인에게는 중국 민주화를 추진할 책임이 없다”는 응답이 처음으로 30%를 넘어섰다.
아사히는 “홍콩정부 수반인 행정장관의 선거 민주화를 요구했던 2014년의 대규모 시위 ‘우산혁명’ 이후 뚜렷해진 현상”이라고 전했다.
이른바 ‘우산혁명 세대’로 불리는 홍콩 청년들의 중국에 대한 반발의식이 점차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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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지난 3월 캐리 람(林鄭月娥)이 신임 행정장관에 오른 뒤 여론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우산혁명 당시 총리 격인 정무사장이었던 캐리 람은 시위 참가자 1000여 명을 체포하도록 명령을 내리는 등 강경 진압을 지휘해 ‘철의 여인’이란 별명을 얻은 대표적인 친중파 정치인이다.
캐리 람은 이번 선거에서도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는 홍콩 민주 세력의 지지를 받는 존 창(曾俊華) 전 재정사장(재무장관)의 지지율이 52.8%로 캐리 람 보다 20% 이상 높았다.
그러나 친중 인사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선거인단(1194명)에 의한 간선제인 탓에 민심과 달리 결과는 캐리 람의 승리였다.

지난 3월 26일 5대 홍콩행정장관 개표가 이뤄진 홍콩컨벤션센터에서 캐리 람(사진 오른쪽)의 당선이 발표되는 순간 한 시민이 우산을 펼쳐 친중파 인사의 당선에 항의하고 있다. [홍콩 AP=연합뉴스]

지난 3월 26일 5대 홍콩행정장관 개표가 이뤄진 홍콩컨벤션센터에서 캐리 람(사진 오른쪽)의 당선이 발표되는 순간 한 시민이 우산을 펼쳐 친중파 인사의 당선에 항의하고 있다. [홍콩 AP=연합뉴스]

홍콩인들의 우울한 전망은 현실화되고 있다.
캐리 람이 장관에 당선된 이튿날 홍콩 경찰은 우산혁명 주역 9명을 전격 기소해 홍콩사회를 술렁이게 했다.
앞으로 캐리 람 장관이 베이징의 입맛에 맞게 홍콩 민주화 탄압을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실제 홍콩정부는 다음달 1일 주권반환일에 전통적인 민주화 집회 장소 사용을 불허했다.
홍콩 민주화 세력은 2004년 이후 매년 주권반환일에 빅토리아공원 축구장에서 민주화 요구 집회를 열어왔다.
그러나 홍콩정부는 올해는 친중파 단체인 홍콩각계경전(慶典)위원회에게 우선권을 주겠다고 선언했다.
홍콩각계경전위원회가 자선단체란 이유였다.
그런데 캐리 람 장관이 이 단체의 명예회장을 맡고 있어 야권의 질타가 쏟아졌다.
민주당의 람척팅(林卓廷) 입법회 의원은 “이번 결정이 대중의 분노를 촉발해 주권반환일 집회 때 참가자와 경찰 간 충돌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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