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종료 땐 미국 기업 관세부담 더 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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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종료되면 미국 기업의 관세 부담이 한국 기업보다 더 늘어나는 것으로 예측됐다.

산업연구원, 대응 방향 보고서 #한국 부담 관세 1.6%, 미국은 4% #수출 감소 규모도 미국이 더 타격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이 4일 내놓은 ‘한미FTA 재협상과 우리의 대응 방향’ 보고서에서다.

이에 따르면 한미FTA 발효 후 한미 양국의 상대국에 대한 제조업의 가중평균 관세율은 모두 0.1% 수준이다. 양국 간 관세가 대부분 철폐됐기 때문이다. 만약 한미FTA가 종료되면 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따라 최혜국대우(MFN) 관세율을 적용받는다. 이 경우 한국 기업이 미국에 수출할 때 물어야 하는 관세율은 평균 1.6%, 미국 기업이 한국 수출 시 매겨질 관세율은 4% 수준으로 분석됐다.

한미FTA 종료 시 수출 감소 규모도 미국이 더 큰 것으로 추정됐다. 2015년 산업별 수출입 구조를 가정하면 FTA 종료 시 한국의 대미 수출은 13억2000만 달러, 미국의 한국에 대한 수출은 15억8000만 달러 감소한다고 산업연구원은 추산했다. 다만 양국 간 교역 감소는 소비자 후생과 총생산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한국 경제 역시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지금까지 한미FTA에 대한 재협상론을 지속해서 제기하고 실행에 옮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31일 한국을 포함한 16개국에 대한 무역적자 구조를 조사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지난달에는 영국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를 통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은 나쁜 협상이지만 한미 FTA는 끔찍한 협상”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한미FTA 재협상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이진면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미 FTA의 폐기는 양국 모두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향후 재협상은 한미FTA 이행의무 준수, 추가개방으로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미FTA로 인해 미국의 직접 투자가 늘어 미국 내 일자리 창출 효과가 커졌다는 등의 대응 논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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