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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의 힘] 한글교실·건강관리·마실음악회 경로당 143곳은 ‘행복 공동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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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면

 논산시 동고동락 프로젝트

지난 5월 26일 오후 충남 논산시 연무읍 죽본1리 경로당. 이 마을에 사는 70세 이상 어르신 10명이 한글을 배우고 있었다. 강사가 칠판에 ‘부모’, ‘노루’, ‘미나리’등의 단어을 적자 노트에 받아 적고 소리 내어 읽었다. 논산시가 경로당을 중심으로 펼치고 있는 ‘동고동락(同苦同樂)’프로젝트가운데 ‘어르신 한글대학’이다. 이 마을 경로당은 올해 1월 한글대학을 시작했다. 장성순(85)할머니는 “글을 읽고 쓸 줄 알게 되니 세상이 달라 보인다”며 “이제 버스정류장에서 혼자서도 시내버스를 골라 탈 수 있다”고 말했다. 나준화 한글강사는 “한글을 1년 정도 배운 어르신들은 손주들에게 문자메시지도 보낸다”고 귀뜸했다.

동고동락 프로젝트는 황명선 논산시장의 역점 사업이다. 인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노인층의 삶의 질을 높여 지역을 ‘행복 공동체’로 만들어 보자는 취지로 시작했다. 지역 경로당에서 한글교실을 포함해 건강관리, 공동생활체, 마실음악회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해 4월 시작됐다. 지역 514개 경로당 중 143개 경로당이 대상이다. 지난해 일부 경로당이 시작한 데 이어 올해는 크게 확대됐다. 경로당 별로 주민들이 원하면 논산시가 지원하는 방식이다. 모든 프로그램은 무료다. 시는 이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 한글강사(문해교육사 자격증 소지자) 41명과 한의사 2명을 채용했다. 이와 함께 시청에 100세 행복과를 신설했다.

논산시가 운영하는 한글학교에 입학한 어르신들이 즐거워하고 있다.                     [사진 논산시]

논산시가 운영하는 한글학교에 입학한 어르신들이 즐거워하고 있다.                     [사진 논산시]

황명선 시장은 “70대 이상은 10명중 7명이 글을 모를 정도로 한글을 모르는 어르신이 많다”며 “글을 깨우치는 것만으로도 어르신들이 행복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글교실에는 109개 경로당서 1300여명의 어르신이 참여하고 있다. 경로당 별로 1주일에 2차례씩 총 4시간 수업한다. 1년 동안 한글을 배우면 읍·면 단위로 졸업식을 연다. 한 할머니는 “10년 전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에게 직접 편지를 쓰고 싶어 용기를 내 글을 배우게 됐다”며 “편지를 썼으니 평생 소원을 다 이룬 느낌”이라고 했다.

건강관리 프로그램은 한의사 등 의료진이 하루 2개 경로당을 순회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혈압·당뇨 체크 등 기본적인 건강관리부터 올바른 칫솔질, 틀니 관리법 등도 알려준다. 영양상담과 침술 등 한방진료도 한다. 100세시대에 맞게 모든 계층의 건강까지 살피자는 게 기본 취지다. 공동생활체는 어르신들이 경로당에서 숙식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노인들이 원하면 경로당에서 함께 밥을 해먹고 잠도 잔다. 논산시 ‘100세 행복과’ 이은정 팀장은 “혼자 사는 어르신은 경로당에서 서로 의지하며 외로움을 달랜다”고 말했다. 마실음악회는 마술, 요가, 노래부르기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다.

황 시장은 “어르신들이 활력이 생기면서 마을 전체에 생기가 돈다”며 “동고동락 프로젝트는 고령화로 무너져 가는 공동체를 회복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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