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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당 체제의 3:2 만들기 방정식

중앙일보

입력

새 정부의 인선에 따른 인사청문회가 진행되면서 여소야대(與小野大)의 5당 체제 속에서 ‘3:2 구도’ 확보가 정치권의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큰 틀에서 보면 ‘민주당+정의당’의 범진보 진영과 ‘한국당+바른정당’의 범보수 진영의 대결 구도에서 상대적으로 중도 성향인 국민의당이 ‘캐스팅 보트(Casting vote)’를 쥔 채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모양새다.
의석수에서도 민주당(120석)과 정의당(6석)의 합은 126석으로 한국당(107석)과 바른정당(20석)을 합친 것과 엇비슷하다. 국민의당이 어느 쪽과 손을 잡느냐에 따라 국회의 균형추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국민의당 향방에 '3:2' 승패 갈려 #이낙연 총리 인준 등 위력 실감 #사드ㆍ김이수 헌재소장도 협조할까 #내년 지방선거 땐 호남 두고 다퉈야

당장 다음주부터 '3'을 확보하기 위한 여야의 경쟁이 본격화 될 참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7일 예정)을 비롯해 강경화 외교부장관·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후보자 청문회, 추가경정예산 국회 제출(7일),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청문회(7~8일) 등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이낙연 신임총리가 1일 국회를 방문해 박주선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을 예방했다. [강정현 기자]

이낙연 신임총리가 1일 국회를 방문해 박주선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을 예방했다. [강정현 기자]

국민의당의 위력은 앞서 이낙연 국무총리 인준에서도 확인됐다. 국민의당이 ‘호남 총리 만들기'에 협조키로 결정하자 한국당은 본회의장을 나가 표결에 불참했다. 승패가 이미 기울어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각종 의혹이 불거지며 낙마 가능성이 흘러나오던 김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도 국민의당의 반대 기류가 누그러지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4일 기자간담회에서 “아직 청문위원으로부터 구체적인 결과를 보고 받지 못했다”며 “여러 의원들의 뜻을 모아서 구체적인 당 방침을 정하도록 하겠다”고 결정을 유보했다.
이와 관련해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국민의당이 반대하지 않는다면 고비는 넘는 셈”이라며 국민의당의 협조가 '필수 조건'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자유한국당이 반대하더라도 5당 중 3당이 찬성한다면 문재인 대통령도 임명권을 행사하는데 정치적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의미다.

민주당이 바라는 현재의 ‘3:2 구도’는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와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 정국에서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국민의당은 사드 발사대 추가반입 보고누락에 대해 청와대에 각을 세우고 있다. 박 비대위원장은 4일 “사실 규명을 그렇게 떠들썩하게 하는 게 맞는지에 대한 문제 의식이 있다”며 “국민의당은 보고 누락에 대해 정부와 시각차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자의 경우는 상황이 복잡하다. 김 후보자는 5ㆍ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군판사로 복무하며 시민군을 태운 버스 운전사에게 사형을 선고하는 등의 전력이 발목을 잡고 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비상식적인 판결인데다 이희성 당시 계엄사령관으로부터 표창까지 받은 만큼 동의해주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5ㆍ18 관련 단체들이 “김 후보자가 군사재판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제한돼 있었다”며 “헌재소장직을 수행하지 못할 정도의 사안으로 판단되지 않는다”고 밝혀국민의당내 고민이 커지고 있다. 헌재소장은 국회의 동의를 거쳐야 임명이 가능하다.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 호남 지역 지지율 추이 자료: 한국갤럽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 호남 지역 지지율 추이 자료: 한국갤럽

하지만 "어차피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협치 모드는 올해 하반기를 넘기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내년 지방선거에서의 맞대결을 앞두고 두 당은 호남에서 경쟁해야 하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조사기관에 따라 민주당의 지지율은 60%를 넘기도 한다.  반면 이에 훨씬 못 미치는 10%대 지지율의 국민의당으로선
마냥 여권의 손을 계속 들어주기는 어려운 처지다. 한국갤럽이 5월30일~6월1일까지 전국 성인 1004명에게 정당지지도를 조사한 결과(표본오차는 신뢰수준 95%에 ±3.1%포인트) 민주당은 66%, 국민의당 14%였다.

1일 국회를 방문한 이 총리는 “다당제에서는 방정식이 다원화한다. 양당제는 X, Y인데 다당제는 X, Y, Z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5당 체제에서 '협치'의 방정식은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정치권은 분석한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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