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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을 '아품'으로...궁지 몰린 강경화 후보 너무 긴장했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 만나 쓴 방명록에 오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일 오전 경기도 광주 나눔의집을 찾은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나눔의집]

2일 오전 경기도 광주 나눔의집을 찾은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나눔의집]

“여성인권의 선각자들로서 계속 지도해 주시기를….”

2일 오전 10시30분 경기도 광주 나눔의집 찾아 #5월30일에 미리 전화 걸어 일정 조율 거쳐 #1시간 가량 머물며 피해자 할머니들과 간담회 #강 외교 후보는 "장관 되면 진정성 있는 조치에 최선" #위장전입 드러나고 거짓해명 파장 커진 시점에 방문 #방명록 오타 수정, "할머니들은 여성인권 선각자"

강경화(62)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닷새 앞둔 2일 오전 10시 30분쯤 경기도 광주시에 있는 ‘나눔의집’을 갑자기 방문했다. 언론에 사전에 알리지 않은 방문이었다. 나눔의집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등록 피해자 239명 중 38명 생존)을 위한 민간 지원 시설로 현재 10명의 할머니가 생활하고 있다.

외교부 측은 지난달 30일 오후 4시쯤 나눔의집에 전화를 걸어 강 후보자 방문 일정을 사전에 조율한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부 측에서는 1일 또는 2일을 제시했는데, 1일은 나눔의집 행사일정과 겹쳐 2일로 조정됐다고 한다.

위안부 문제가 핵심 외교과제로 부상한 상황에서 강 후보자가 할머니들을 찾아 뵙겠다고 먼저 제안했다고 한다. 지난달 유엔(UN) 고문방지위원회는 한·일 양국의 위안부 합의에 대해 사실상 재협상을 권고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방문 일정 연락이 온 날은 위장 전입과 거짓말 논란이 거세질 때다. 주요 조간신문들이 이 문제를 다뤘다.

2일 오전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을 찾은 강경화 후보자. [사진 나눔의집]

2일 오전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을 찾은 강경화 후보자. [사진 나눔의집]

강 후보자는 이날 개인 차량으로 나눔의집에 도착했다. 운전사 외에 수행원 1명만 대동했다. 후원 물품으로 사과 등이 담긴 과일바구니 1개와 포도 2박스, 떡 1박스 등을 준비해왔다.

강 후보자는 이용수(89)·이옥선(90)·박옥선(93)·하점연(95) 등 4명의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만났다. 병상에서 투병 중인 할머니들도 찾았다. 추모 동상, 위안부 역사관 등도 둘러봤다. 1시간 조금 넘도록 나눔의 집에 머물렀다.

강 후보자는 할머니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인권 문제의 기본은 피해자가 중심이 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장관이 되면 지혜를 모아 진정성 있는 조처를 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베이징 유엔 세계여성대회(1995년) 당시 한국 비정부기구(NGO) 일원으로 참가해 위안부 문제를 세계에 알리는 데 노력한 자신의 경험을 소개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이용수 할머니는 “우리에겐 돈이 필요한 게 아니다. 일본 정부로부터 진정성 담긴 사과를 받고 싶다. 우리의 훼손된 명예를 회복해달라”고 했다.

나눔의집이 강경화 후보자에게 전달한 위안부 피해 할머니 배지. 김민욱 기자

나눔의집이 강경화 후보자에게 전달한 위안부 피해 할머니 배지. 김민욱 기자

나눔의집은 강 후보자에게 소녀 머리 형상의 배지를 선물로 건넸다. 배지 중간의 노랑나비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고통으로부터 해방되는 염원을 의미한다. 노랑나비 왼쪽엔 꽃같은 나이 일본 제국주의에 산산히 짓밟힌 검은머리의 소녀를, 오른쪽엔 세월이 흐른 흰 머리의 할머니를 각각 상징한다.

강경화 후보자가 작성한 나눔의집 방명록. 오타를 고친 흔적이 눈에 띈다. 김민욱 기자

강경화 후보자가 작성한 나눔의집 방명록. 오타를 고친 흔적이 눈에 띈다. 김민욱 기자

강 후보자는 떠나기 전에 방명록에 글을 남겼다.
“어르신들의 아픔(※처음에 '아품'으로 썼다가 진하게 '아픔'으로 수정함)과 용기에 깊은 감명을 받고 갑니다. 오래오래 건강하시고 역사의 증인으로서, 인권, 여성인권의 선각자들로서 계속 지도해 주시기를… 강경화 드림 2017. 6. 2”이라고 썼다.

강 후보자는 ‘아픔’을 ‘아품’으로 잘못 썼다 정정하기도 했다.

안신권 나눔의집 소장은 “지난 (박근혜)정권에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너무도 많은 시련을 겪었다. 새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2015년 12월28일 체결된 한·일 위안부 관련 합의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경기도 광주=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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