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하남2호 대신 다모아” … 어린이가 바꾼 어린이공원 이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div>‘산정중앙 어린이공원’으로 이름이 바뀌는 ‘하남&nbsp;<span style=&#34;font-size: 0.875em; letter-spacing: -0.02em;&#34;>제1호 어린이공원’. [사진 광주 광산구]</span></div>

‘산정중앙 어린이공원’으로 이름이 바뀌는 ‘하남 제1호 어린이공원’. [사진 광주 광산구]

도산 제1호, 소촌 제2호, 우산 제5호 ….

광산구, 관내 58곳 새 명칭 공모 #절반 넘는 162건 초등생이 제안 #‘도루메’‘뭉게뭉게’ 등 친근감 넘쳐

광주광역시 광산구에 있는 어린이공원들의 이름이다. 동의 명칭에 숫자만 붙인 것으로 뚜렷한 의미가 없는 데다 애정도 담기지 않아 누구도 기억을 하지 않는다.

이같은 명칭은 광산구 외 다른 지역도 비슷한 상황이어서 ‘행정 편의주의적 명칭’이라는 말을 들어왔다. 이런 천편일률적인 어린이공원 명칭을 광산구 지역 어린이와 주민들이 새로 바꿨다.

광주 광산구는 1일 “관내 전체 어린이공원 58곳의 의미를 담아 새 이름을 정했다”고 밝혔다. 길게는 수십년간 써온 공원의 명칭들을 모두 바꾼 것이다.

어린이공원에 새 이름를 붙이는 사업은 각 마을의 특색을 반영해 누구나 기억할 수 있는 공원을 만들기 위해 추진됐다. 구청 측은 각 공원 주변 초등학생들과 주민들을 대상으로 새 명칭 공모에 나섰다.

공모 결과 244건의 새 이름이 제안됐다. 주로 공원을 이용하는 초등학생들이 전체의 절반이 넘는 162건을 냈다. 각 마을이 지닌 개성이나 특성을 담으면서도 참신하고 간단한 이름들이 많이 쏟아졌다.

각 공원의 새 이름은 해당 마을의 옛 지명과 마을이 배출한 인사, 지리적 특징, 소망 등을 담아 정해졌다. 도산동 ‘도산 제1호는’ 과거 지명인 ‘도루메’로, 신촌동 ‘소촌 제2호’는 마을에서 태어난 시인 용아 박용철(1904~38)의 호를 따 ‘용아’로 바꿨다. 월곡동 ‘하남 제2호’는 해당 마을에 여러 국가 출신의 다문화가정이 많다는 점에서 ‘다모아’로, 운남동 ‘운남지구 어4호’는 운남동의 구름 운(雲)자를 따 ‘뭉게뭉게’로 변경했다.

공원의 최종 명칭은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선호도 조사를 통해 정해졌다. 모두 1391명의 주민이 다양한 명칭을 놓고 각 공원에 어울릴 새 이름을 골랐다. 광산구지명위원회는 이 조사 결과를 토대로 지난달 24일 심의를 거쳐 명칭을 변경했다.

어린이공원 새 명칭은 오는 15일부터 30일까지 구청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고시된다. 이어 국토지리원에 새 명칭 표기를 요청한 후 각 공원 명패 교체 작업이 시작된다.

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