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물대포' 오명 쓴 살수차 '참수리차'로 바꿔 부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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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본부에서 열린 살수차 시연 행사[중앙포토]

서울 중구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본부에서 열린 살수차 시연 행사[중앙포토]

 경찰이 살수차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내부 지침을 손보면서, 살수차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덜어낼 대체 명칭을 마련했다.

 경찰은 전 직원을 대상으로 명칭 공모를 진행해 살수차의 새 이름을 '참수리차(참水利車)'로 정했다. 살수차(水車)를 이용(利)하는 것을 최대한 '참'고 자제하자는 의미다. 법령에는 집회에 동원되는 물대포차가 '살수차'로 적혀있어 공식명칭은 살수차로 사용하되, 경찰 내부에서는 참수리차로 부를 방침이다.

2005년 천연기념물 참수리를 넣어 새로 만든 경찰 심벌(위)과 경찰 창설 이후 사용하던 '흰머리독수리' 버전의 심벌(아래)

2005년 천연기념물 참수리를 넣어 새로 만든 경찰 심벌(위)과 경찰 창설 이후 사용하던 '흰머리독수리' 버전의 심벌(아래)

 참수리는 경찰을 상징하는 동물이기도 하다. 경찰은 2005년 창설 60주년을 맞아 독수리 문양의 경찰 심벌을 한국의 천연기념물인 참수리 심벌로 바꿨다. 이전까지는 1946년 미 군정 시절 제작된 흰머리독수리 버전의 심벌을 사용했다. 당시 참수리 심벌을 도입한 허준영 경찰청장은 검찰과 각을 세우고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강하게 주장했다.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여한 농민 백남기씨가 경찰의 직사 살수로 의식 불명 상태에 빠지고 결국 숨진 사건을 계기로 살수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커졌다. 살수차는 본래 '물을 뿌린다'는 뜻으로 '뿌릴 살(撒)'에 '물 수(水)'를 더해 쓰지만, '죽일 살(殺)'과 음이 같아 부정적인 어감이 더해진 것이다.

 경찰은 또 물줄기가 일직선으로 뻗어 나가는 '직사살수'가 위험하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살수차 운용 지침 개정안에 구체적인 사용요건을 담았다. 시위대가 쇠파이프 등 폭력시위용품을 소지해 질서 유지가 곤란하거나 경찰 장비·시설물을 훼손하려는 상황이 아니라면, 20m 내에서 직사살수는 금지할 방침이다. 또 개정안에 따르면 살수차를 사용하기 전에 3회 이상 경고방송을 하고 구급차 배치요청을 해두는 것도 의무화된다.

경찰이 시위대에 물대포와 소화기를 발사하는 모습이다. 경찰은 최근 직사살수를 제한하는 등 살수차 운용 지침을 손보고 있다. [중앙포토]

경찰이 시위대에 물대포와 소화기를 발사하는 모습이다. 경찰은 최근 직사살수를 제한하는 등 살수차 운용 지침을 손보고 있다. [중앙포토]

 현행법상 살수차는 대통령령인 '위해성 경찰장비의 사용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생명·신체의 위해와 재산·공공시설의 위험을 억제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사용할 수 있다"고 돼 있을뿐, 구체적인 운용 지침은 내부 규정에 따른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경찰관 직무 집행법에 살수차 운영 규정을 명시해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지난해 7월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발의한 ‘경찰관 직무집행법’ 개정안에는 직사살수 자체를 금지하고 최루액을 혼합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 1월 이 발의안에 대해 "살수차는 대상자가 특정되지 않고 운용 방법에 따라 개인의 신체 및 생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국회의장에게 경찰관 직무집행법 개정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경찰은 살수차 운영 지침 개정안을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의원 등과 협의 중이다.

이현 기자 lee.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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