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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와 민주당 '이낙연 산'은 일단 넘었지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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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신임 국무총리

이낙연 신임 국무총리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31일 진통끝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지명 뒤 21일만이다.
 무기명 투표엔 300명의 의원 중 188명이 참여했다. 결과는 찬성 164표, 반대 20표, 기권 2표, 무효 2표로 '재적의원 과반수 투표와 과반수 찬성'이란 조건을 충족했다.

찬성 164표에 대해선 "여당인 민주당(120명 중 118명 투표)과 무소속인 정세균 국회의장, 당 차원에서 총리 인준 협력을 약속한 국민의당(40명 중 39명 투표), 정의당(6명 투표) 의원이 던졌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반면 "표결엔 참여하되 반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온 바른정당(20명중 19명 투표)의원들은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관측됐다.

자유한국당 의원 107명 중 그동안 바른정당과 정치적 행동을 같이해온 비례대표 김현아 의원을 제외한 106명은 임명 철회를 주장하며 표결에 불참했다. 표결 전날인 30일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가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를 찾아가 오후 9시까지 설득했지만 마음을 돌리지는 못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31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 통과를 알리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오종택 기자

정세균 국회의장이 31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 통과를 알리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오종택 기자

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많은 의혹이 제대로 소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동의해줄 수는 없다”며 “문 대통령은 결자해지의 차원에서 이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이날 오전 열린 인사청문특위에서도 한국당 소속 위원들은 “(자료 제출 등) 판단 요건이 마련되지 않은 청문회를 그대로 동의해준다면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라며 의결에 참여하지 않고 퇴장했다.

당초 오후 2시로 예정됐던 국회 본회의는 한국당의 요청으로 세 차례나 지연돼 3시30분에야 시작됐다. 정 원내대표는 정세균 국회의장을 찾아가 임명동의안 상정 연기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의원총회를 열었다.
정 의장은 "자유한국당의 원내대표가 의원총회가 필요하니 잠깐 시간을 달라고 했다”며 “지루하겠지만 인내해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3시30분 단체로 입장한 한국당 의원들은 A4용지에 ‘이낙연 총리 후보자 인준안 결사반대’라고 쓴 뒤 의석 앞 모니터에 붙여 항의를 표했다. 정 의장이 안건을 상정하려 하자 한국당 의원들은 "이게 협치입니까" "똑바로 해" "인준하려면 하세요!"라고 소리를 지른 뒤 단체로 퇴장했다. 이후 본회의장 앞 로텐더 홀에서 "문재인 정부의 자기모순적 인사참사! 사죄하고 부적격자 즉시 지명 철회하라"고 구호를 외쳤다.

결국 '문재인 정부 협치의 첫 시험대'라던 총리 임명 동의안 표결은 이렇게 험한 모양새로 마무리됐다.

한국당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인준안이 통과된 건 호남이 근거지인 국민의당이 호남 출신 총리의 인준에 협조키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민주당(120석)과 정의당(6석)에 국민의당(40석)의 표가 더해지면 과반을 훌쩍 넘기게 된다.
국민의당은 자유투표를 하기로 했으나 박주선 비대위원장은 본회의 직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당 차원에서 총리 인준에 대승적 협력을 하겠다고 했으니, 적극적으로 협조해주길 바란다"고 사실상 찬성 표를 독려했다.

인준 절차가 끝난 뒤인 5시50분쯤 이낙연 총리는 곧바로 서울청사로 출근했다. 이 신임총리는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대통령은) 민생과 일상적 행정은 총리가 최종 책임자라는 마음가짐으로 일해달라고 하셨다”며 “저는 그것이 책임총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당정협의는 물론, 야당과의 소통도 원활히 해서 국회와의 관계를 원활히 가져갈 수 있게 해달라는 점, 지방과 중앙의 원활한 협력관계(를 찾고) 바람직한 분권으로 가는 길을 찾아달라고 당부하셨다”고 전했다. 이 신임총리는 6시에 곧바로 취임식을 갖고 업무를 시작했다.

[사진 이낙연 신임 국무총리 페이스북]

[사진 이낙연 신임 국무총리 페이스북]

'이낙연 산'은 일단 넘었지만 청와대와 민주당으로선 더 높고 험한 산이 기다리고 있다.
한국당 정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위장전입, (딸의) 이중국적, 증여세 탈루, 거짓말 등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스스로 사퇴할 것을 다시 촉구한다"고 했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 대해서는 "위장전입, 목동 아파트 다운계약서 작성, 부인 부정특혜 채용, 부인의 소득세 탈루 등 (의혹이) 끝이 없다"며 "경제비리 종합세트로 당장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른정당도 "시간을 끌수록 추해지고,문재인 정부의 인사난항을 인사참극으로 발전시킬 뿐"(오신환 대변인)이라며 사퇴를 강하게 요구했다. 김 후보자는 2일, 강 후보자는 7일 청문회가 열린다.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는 본회의 산회 직후 전체회의를 열어 서훈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했다. 국정원장은 별도의 절차 없이 보고서 채택과 본회의 보고로 절차가 완료된다. 서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두 번째로 국회 검증을 통과했다다. 채윤경ㆍ안효성 기자 p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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