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J카페] 회사는 왜 '악독한' 金 부장을 사랑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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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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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 새 없이 쏟아지는 잔소리와 고성, 퇴근 뒤에도 빗발치는 업무 전화, 주말에는 왜 출근하지 않느냐는 핀잔….

미 컨설팅업체 "악독한 상사일수록 부하직원 성과 좋아" #"퇴사자 나오면 승진 기회" 남은 직원 근속연수도 길어져 #이직, 소송위험성은 커져…학대적 감독 비용 연 238억 달러 #미 갤럽 "근로자 절반, 악독한 상사 탓에 퇴사 경험"

자신의 성과를 위해 부하 직원들을 괴롭히는 '악독한(toxic) 상사'는 어디에든 있다. 부하직원으로선 회사의 화목을 깨는 이런 상사를 왜 가만히 둘까 하는 의문과 더불어 회사에 원망도 든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죄어야 성과가 좋아지기 때문이다.

미국의 컨설팅업체인 '라이프밋츠워크'는 악독한 상사 밑에서 일하는 직원일수록 더 많은 업무를 소화하고 업무 효율성이 높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1000명의 대졸 이상 근로자를 상대로 설문 조사를 벌인 결과다. 업무 성과가 낮은 직원을 공개적으로 꾸짖으면 다른 직원들은 자신의 업무 성과와 아이디어를 인정받기 위해 더욱 노력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DODA커리어컨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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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밋츠워크는 악독한 상사 아래에서 일하는 일부 직원들의 경우 근속연수가 2년 이상 길다고도 했다.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퇴사하는 사람이 나오면 남은 직원들은 경쟁자가 줄어 자신에게 승진·임금인상 등의 기회가 왔다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경영자 입장에서는 무서운 중간관리자를 두는 것을 효과적인 조직 운영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 효과는 어디까지나 단기적일 뿐, 장기적으로는 단점이 더 많다는 지적이다.

라이프밋츠워크의 책임연구원인 케네스 마토스는 "경쟁력 있는 기업의 직원들은 악독한 상사를 위해 일할 가능성이 더욱 높다"면서도 "다만 높은 성과를 내는 악독한 상사는 결국 직원의 퇴사와 에너지 소진, 소송 등의 위험을 증가시킨다"고 분석했다. 또 경영진과 간부의 부도덕한 행위를 적발하기도 어려워진다. 학대적인 업무 감독으로 발생하는 비용은 연간 238억 달러(약 2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실제 미국 갤럽이 2015년 성인남녀 7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이 악독한 상사 때문에 한 번 이상 퇴사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절반 이상의 미국 직장인들이 부하 직원을 괴롭히는 상사 아래에서 일했거나 일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조사 대상자의 56%가 지금의 경영자를 '악독한'(toxic)이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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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경쟁이 치열한 회사일수록 직원들이 악독한 상사에게 충성하는 경향이 나타난다"며 "경쟁이 치열한 회사인 우버의 경우 전·현직 임직원들의 나쁜 행동과 성추행 사고를 사전에 감지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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