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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원 홀어머니가 키운 ‘학력고사 수석’ 토종 경제학자, 공공 일자리 81만 개 챙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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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고용노동비서관에 내정된 황덕순. 오른쪽은 1984년도 학력고사 수석 당시 모습. [오마이뉴스·연합뉴스]

고용노동비서관에 내정된 황덕순. 오른쪽은 1984년도 학력고사 수석 당시 모습. [오마이뉴스·연합뉴스]

토종 노동경제학자가 청와대에 신설되는 일자리수석실 산하 고용노동비서관에 내정됐다. 황덕순(52)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다. 청와대 주변에선 “개천에서 난 용 스토리의 주인공”이라고들 말한다.

고용노동비서관에 내정된 황덕순 #노동연구원서 양극화·일자리 연구 #노무현 청와대 땐 차별시정비서관

서울 경성고를 졸업한 황 위원은 1984년도 대입 학력고사(지금의 수능)에서 전국 공동수석이었다. 당시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홀로 고생하시며 자식을 키워온 어머님에게 영광을 돌리고 싶고, 10여 년 전 돌아가신 아버님에게도 이 소식을 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인터뷰로 그의 어려운 집안 형편이 알려졌다. 72년 교통사고로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어머니가 황 위원 등 3남매를 키우기 위해 공사판 막노동·파출부 등 닥치는 대로 일했다. 75년 무렵부터 친지의 소개로 명지대 청소부로 들어가 일했다. 황 위원의 대학 입학 때도 명지대에서 일했다.

어머니인 김병삼씨는 당시 인터뷰에서 “애들이 중·고교에 들어가기 시작하자 월급 25만원으로 가계조차 꾸려가기 힘들었다. 오전 2시까지 책상에 앉아 있는 덕순에게 과일이라도 사주기 위해 퇴근 때 버스비라도 아끼려고 한 시간가량 걸어서 귀가한다”고 했었다. 황 위원의 누나가 당시 명지대 1학년생이었다.

그때만 해도 학력고사 전국 수석은 인문계의 경우 서울대 법대에 진학하곤 했으나 황 위원은 서울대 경제학과에 진학했다. 이후 석·박사 학위까지 마친 뒤 1997년부터 한국노동연구원에 몸담아왔다. 연구원에선 고용보험연구센터에 있으면서 주로 노동시장 양극화와 사회적 일자리 창출과 관련한 연구를 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도 인연을 맺었다. 노 전 대통령이 2003년 초 청와대에 빈부격차·차별시정위원회를 만들면서 행정관으로 파견근무를 나왔다. 2005년에는 빈부격차·차별시정위원회 비서관이 됐다. 당시 빈부격차·차별시정위원회 비서관이던 현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이 국민경제비서관으로 옮겨가면서 그 자리에 발탁됐다.

황 위원은 이후 한국노동연구원으로 돌아가 사회서비스 부문 일자리 창출에 관한 연구를 계속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소방관·교사·경찰 등 17만 개 신규 일자리를 포함해 공공부문에서 81만 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공약해 황 위원의 발탁이 ‘맞춤형 인사’라는 말이 나온다.

황 위원은 더불어민주당 19대 비례대표였던 은수미 전 의원과도 절친한 사이다. 은 전 의원은 서울대 사회학과에서 학사·석사·박사 학위까지 마친 뒤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에서 연구위원으로 있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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