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비정규직 문제 다룬 책자 발간 보류…"대립 대신 소통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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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놓고 정부와 입장 차이를 드러냈던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비정규직 관련 설명 책자 발간을 보류하기로 했다.

경총 관계자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정부의 주요 정책 중 하나인 상황에서 더 이상의 불필요한 오해나 논란을 피하기 위해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설명을 담은 ‘비정규직 논란의 오해와 진실’ 책자 발간을 당분간 보류하기로 했다”고 29일 밝혔다.

경총은 원래 해당 책자를 다음 달에 발간할 예정이었다. 40여 쪽 분량의 책자로 완성본에 가까운 내용이 지난주 일부 언론에 공개됐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에서의 비정규직은 어떤 근로자들인가요’와 같은 15개의 질문에 대해 경영계의 시각에서 답변을 다는 형식으로 비정규직의 의미와 현황 등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경총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대선에서도 관련 공약이 쏟아지자 이에 대한 대응으로 올해 초부터 해당 책자 제작을 준비해왔다. 그러나 29일 정례회의에서 책자 발간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와 경총은 최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 대립각을 세웠다. 경총이 새 정부의 방침에 반발하는 듯한 입장을 보이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 등이 직접 나서 강한 어조로 경총을 비판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이번 책자 발간 연기를 두고 경총이 한 발짝 물러섰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경총 관계자는 “좋은 일자리를 만들려면 노사정이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하는데, 정부와 계속 대척하는 모습을 보이고 불필요한 오해들을 낳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있어 정례회의를 통해 발간을 미룬 것뿐”이라며 “정부에 ‘꼬리를 내렸다’는 식의 표현들이 나오는데, 그런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경총은 앞서 정부의 비판이 쏟아진 뒤 “노동 시장의 경직된 구조를 지적하기 위한 발언이었을 뿐 정부의 노동정책에 반대하려는 건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경영계 입장을 대변하는 단체인 만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대한 입장을 전면 수정하고 무조건 찬성하고 나설 수도 없다. 일단은 책자 발간 등 정부와 갈등을 빚는 것으로 비춰질만한 행동은 피하는 대신 내부적으로 입장을 정리하고 정부와 적절한 타협점을 찾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보인다. 경총 관계자는 “경총의 입장이 한국노총 같은 노동단체들과 완전히 같을 수는 없고, 비정규직 문제가 정경유착과 같이 무조건적으로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는 단순한 문제도 아니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등에 대한 문제의식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소통을 통해 해법을 찾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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