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맞바람…「표다지기」총력|열기더해가는 중반 유세전(기자방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대통령후보들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중반전서부터는 세과시와 함께 표 다지기에 들어가야 하기때문에 중반 유세는 더욱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민정당은 유세의 득표효과를 낮게 보면서도 세경쟁에서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유세장에서 뒤지면 야당의 바람작전에 당하고 범여권의 사기에도 나쁜영향을 준다는 판단입니다.
-따라서 민정당의 유세작전은 야당이 일으키는 바람에 대해 맞바람을 일으키고 아울러 자체조직의 「파워 테스트를 통한 조직득표력 강화에 목적을 두고있어요. 유세내용과 분위기가 사랑방 좌담회등 조직득표의 자료가 될수 있다는거죠.
-야당은 과거에도 그랬지만 유세를 통한 바람 확산이 주무기인 만큼 중반전에서도 유세를 통한 붐 조성을 노리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민정당과의 대결도 대결이지만 앞으로의 유세전은 야당 두 김씨간의 대결이 더 치열해지고 흥미도 더해갈 것으로 보입니다.
-29일(김대중)과 12월5일(김영삼) 의 서울유세가 볼만할겁니다.
-민정당은 대전·창원을 거치면서 인파동원에는 자신감이 붙은 눈치입니다.
-민정당 유세에는 역시 동원청중이 많아요. 지난번 C시에서 보니까 기업체와 상가 등에서는 점심시간에 이어 1∼2시간정도 휴식시간」 을 주거나 문을 닫아 자연스럽게 청중이 노태우 후보의 유세장에 모이게끔 하더군요.
-선거전까지 전국 관광버스의 유세전 수송예약이 끝났다는 겁니다. 기업체·각종 사회단체·종교단체의 버스도 동원되고 있습니다. 유세장에 버스가 워낙 밀리니까 대량동원을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 배차·주차문제까지 신경을 쓰더군요.
-동원 청중에도 여러갈래가 있습니다. 유세장 분위기 장악을위한 청년부대가 있고 피킷 부대, 단순참가 군중등으로 분류할 수 있어요.
-동원된 사람에게는 수고비가 나가는데 당마다, 지역마다 차이가 있어요. 민정당은 워낙많이 동원하니까 단가는 야당보다 싸다는 얘기도 있읍니다.
-인파경갱이 가열되면서 「청중 동원 브로커」 가 신종직업으로 등장했다는군요. 이들은 지구당 책임자를 찾아가 자기의 동원 능력을 제시하고 단가를 흥정한답니다.
-단가는 분위기 장악을 위한청년부대가 제일 높고 다음이 피킷부대인데 이들의 수당은 7천∼1만2천원선이랍니다.
-그러나 동원에는 한계가 있읍니다. 버스 1대당 50명을 태우는데 1천대를 동원해봐야 5만명 정도입니다.
-유세장의 청중이 많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청중을 일정한 간격을 두어 배치하고 있더군요. 연단 앞쪽에는 밀집도를 높이고 심지어 사진기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연단 주변에 나무가 있으면 특공대를 조직, 나무에 올라가 피킷과 깃발을 연방 흔들어요. 또 주변빌eld 옥상에도 일정인원을 배치해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인원배치는 경호문제와도 직결돼 있습니다. 연단 앞 반경 50m지역에는 청년당원·지지자들로 채우지요. 돌팔매질, 화염병·최루탄 투척 사정거리를 장악한다는 겁니다. 김영삼후보가 광주에서 쫓겨나듯이 연단을 내려온 것은 사정권을 자기 지지 청중으로 메우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청중수에서 현격한 차이를보이고 있는 김종필진영은 조직과 자금의 열세때문에 청중동원은 거의 못하는 실정입니다. 그리고 JP자신 대규모 유세가 지역감정과 낭비를 초래한다고 비난하면서 TV토론이제일 좋다는거죠. 물론 요즘좀 달라지고 있습니다만….
-그런데 유세장에 청중이 많이 모였다고 「청중수=지지도」라는 등식은 성립된다고 볼수없죠. 자발적 참여인원이 많은 야당의 경우도 청중수를 통해 지지도를 계량화한다는 것은 힘든 노룻입니다.
-새로운 「유세문화」 가 개화하고 있는 것도 이번 선거의 독특한 양상입니다. 상징노래·상징마크·상징색· 상징구호·만화는 물론 카 퍼레이드·사물놀이 등이 대형화·다양화 되어 등장하고 홍보물이 홍수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같은 스타일은 김영삼후보의 부산대회가 하나의 모델·자극제 역할을 했죠. 청중들로 하여금 「입이 딱 벌어지게」 대형화· 대량화를 추구, 대히트를 쳤습니다.
-민정당은 자금과 조직의 우세에 힘입어 재빨리 이 같은 패턴을 갖추면서 이제는 이 부분에서 선두를 달리는 인상입니다. 연단도 도시규모에 맞게 A, B, C 3등급으로 나눠 대전에서 처음 등장한 A급의 경우 높이 6m,길이 30m, 폭8m며 연단끝에 높이 10m짜리 백스크린을 설치, 주변을 압도했읍니다.
-지난번 수원·평택의 경우 전도시가 노후보의 연설로 채워질 정도였읍니다.
-첨단장비도 많이 등장하는데 연단에 다른 사람이 볼수 없는 핀 마이크를 착용한 사람들을 배치해 『노태우』 를 외치게해 멀리서 들려오는 듯한 「청각효과」 를 주고 있습니다.
-김대중후보의 경우 화려함이나 장치부분에서는 떨어지고 있으나 최근 밴드·비둘기등을 등장시킨다든지 몇가지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습니다.
-또 운동권문화·민중문화가 유세문화를 통해 대중에 접근하고 있는 현상도 재미있습니다. 노후보 유세장에는 민중화·만강형 깃발· 운동권가가 자연스럽게 등강하고 있죠.
-후보들이 유세를 많이 하다보니 실수도 더러 있어요.
-노태우후보는 직접적인 실수는 별로 하지않는 편이지만 준비팀의 미숙으로 몇 차례 실수를 할 뻔했죠.
-노후보는 연설원고를 미리 준비하는데 지난번 진주유세때 준비된 원고에는 『바로 논개가 내가 말하는 보통여자』 라고 돼있어 역사적 인물을 본의 아니게 「보통여자」 로 격하시킬뻔 했죠.
-실수면에서는 김영삼후보가다른 세후보를 단연 압도합니다. 춘천에서는 『아름다운 지하자원을 개발하겠다』 고 하는가하면 『계층간·지역간 공정분배』를 강조하면서 중간에 말을 빼먹은 탓인지 이를 「척결」 하겠다고 했죠.
-26일의 경기도 연천유세에서는 『친애하는 강원도민 여러분』이라고 했다가 정정했고, 창원유세때는 『교강임기제』 를 공약으로 제시하면서 이말을 잊은탓인지 보좌역들이 뒤에서 불러주는데도 머뭇거러다가 『잘 생각이 안나네요』라고 해 청중들이 힘내라는 뜻으로 『김영삼』을 연호해주기도 했읍니다.
-그런점에서 김대중후보는 거의 완벽에 가까와요. 가는 곳마다 지역적 특성이나 분위기를 재빨리 눈치채고 그때그때 가장적절한 얘기들을 끄집어내지요.
-김대중후보는 유세장을 옮길 때마다 차안에서 메모쪽지에 연설할 내용등을 적어가며 얼심히 외고 다닙니다.
-굳이 실수를 잡아낸다면 너무 욕심을 낸 일정때문에 가는 곳마다 시간이 지연되는 점이죠.
-25일의 중랑천유세때는 김대중후보가 늦게 도착하자 주최측이 장내마이크로『정부·여당이 대형 트레일러를 동원해 원당에서 김후보의 차를 막고 있다』 『청량리에서 전투경찰이 김후보의 차를 막고 최루탄을 터뜨렸다』 는 쑬데없는 거깃말을 한것은 측근의 실수로 봐야지요.
-김종필후보는 특유의 설득력있는 화술로 대중연설에는 능한편이어서 별다른 실수는 없어요.
-선거전이 치열해지면서 각당 모두 상대후보에 대한 흑색선전이 많아지고 있고 그 질또한 내려가는 현상이 보여요.
-민정당은 주로 노후보에게는 점잖은 얘기만 하게하고 찬조연사들을 동원해 야당을 비난하는 방법을 취하는데 그 비난의 정도가 점차 심해지고 있어요.
-혹색선전 유인물을 따져보면 민정당 유세장에서 양김을 비난하는 유인물이 제일 많이 나오고 다음이 김대중후보, 그다음이 김영삼·김종필 후보순 입니다.
-민정당유세장에서는 최근「김영삼씨의 실수를 들어 보십시오」 라는 김후보의 실수 묶음집이 나왔고 「공명선거 대학생 추진 운동본부」 라는 이름으로 양김에 대한 원색적 인신공격 유인물이 나왔어요.
-그런가하면 일부 찬조연사는 김대중씨를 지칭해 『절에 가면 부처님 제자요, 교회에 가면 예수님을 형이라고 한다』 고 꼬집으면서『자신은 천주교, 부인은 개신교, 아들은 불교…』운운했는데 아들이 불교라는 것은 사실무근이예요 .
-야당후보들은 직접 노후보에게 맹공을 퍼붓고 있어요. 특히 노후보의 군경력과 12·12사태, 광주사태등을 차례로 열거해가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고있지요.
-찬조연사들의 발언의 질도 크게 떨어져 심지어 『××새끼』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대체로 이같은 흑색선전은 홈그라운드에서는 그 정도가 심하지만 자신들의 취약지구에서는 상당히 조심하는 모습이 읽혀집니다.
-흑색선전에 대한 충동이 있다 하더라도 이것이 오히려 불리하다는 인식이 내부에서 조금씩 일고있고 사회적 분위기도 비판적으로 쏠리고 있어 수그러들 가능성도 기대해 볼만합니다.

<정리=박보균·이연홍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