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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에게 물려 전치6주 다쳤는데도 개주인 무죄 판결 논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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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땅 통행로를 지나던 사람이 묶여있던 개에 물려 상처를 입은 사건에 대해 개 주인은 잘못이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 "개인땅에 들어가 개에 접근한 피해자 책임” #1심에서는 "개주인 잘못있다"며 50만원 벌금 #항소심 재판부 "공중 통행로 아닌 개인 땅에 묶인 개 피해자가 살폈어야"

청주지법 형사항소1부(재판장 구창모)는 자신의 가게 앞에서 키우는 개가 행인 A씨(52·여)를 물어 상처를 입힌 혐의(과실치상)로 불구속 기소돼 1심에서 벌금 50만원을 선고받은 B씨(56)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2월 27일 오전 8시49분쯤 청주시 서원구의 한 예식장으로 출근하기 위해 B씨의 가게 앞을 지나게 됐다. 당시 A씨는 예식장으로 난 인도를 지나지 않고 B씨 가게 앞을 가로 질렀다. A씨는 이곳에 개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우측 바지를 개에 물린 A씨는 그대로 꼬꾸라져 꼬리뼈가 골절되는 등 전치 6주의 상처를 입었다.

사고가 난 지점은 B씨 소유의 땅이다. 하지만 인도와 B씨의 가게 사이에는 별도의 울타리나 장애물이 없어 행인들이 자유롭게 통행로로 이용했다. 경계에는 잔디가 심어진 보도블록 길이 있고 개는 가게 앞 아스팔트로 포장된 공간에 묶여 있었다.

1심 재판부는 “사고 발생 지점에 통행을 제한하는 표시나 울타리 등 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며 “이 길이 일반인도 통행할 수 있도록 관리된 만큼 피고인은 목줄을 짧게 해 개가 사람을 물지 않도록 관리했어야 한다”며 B씨의 잘못을 인정했다.

B씨는 “A씨가 사유지를 통과하면서 개집이나 개의 존재를 확인하지 않고 통행하다가 발생한 사고로 피해자의 과실”이라며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개 주인 B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개가 묶여 있던 공간은 피고인의 영업장 앞마당 내지 야적장에 불과하다”며 “사고가 발생한 지점은 피고인이 일반인의 통행에 편의를 제공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통행자유권이 인정되는 일반 공중의 통로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당시 개의 목줄 길이가 150㎝로 피고인의 사유지를 지나 공중의 통로로 이용되는 인도까지 접근할 수 없었다”며 “A씨가 개집에서 불과 50㎝도 안되는 거리를 지나가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부주의하게 개에게 근접한 사람의 실수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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