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연합군도 깬 알파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바둑의 미래 서밋’ 제4국 단체전에서 알파고와 대결을 펼친 ‘사람팀’ 소속 중국 기사들이 머리를 맞댄 채 어떤 수를 둘지 논의하고 있다. 왼쪽부터 스웨, 미위팅, 탕웨이싱, 천야오예, 저우루이양 9단. [사진 구글]

‘바둑의 미래 서밋’ 제4국 단체전에서 알파고와 대결을 펼친 ‘사람팀’ 소속 중국 기사들이 머리를 맞댄 채어떤 수를 둘지 논의하고 있다. 왼쪽부터 스웨, 미위팅, 탕웨이싱, 천야오예, 저우루이양 9단. [사진 구글]

프로기사 최강자 5명이 힘을 합쳤다. 그러나 ‘알파고’에는 역부족이었다. 인공지능(AI)과 사람이 짝을 지어 펼친 페어대국에서는 둘 사이의 협업 가능성을 발견했다.

합동바둑 둔 중국 프로 5명과 대결 #초반 팽팽하다 254수 만에 불계승 #‘AI+인간’ 복식선 협업 가능성 발견

26일 중국 저장(浙江)성 우전(烏鎭)에서 열린 ‘바둑의 미래 서밋(Future of Go Summit)’ 단체전에서 알파고가 ‘사람팀’을 상대로 254수 만에 백 불계승했다. 사람 대표로는 중국 랭킹 2위 미위팅, 4위 저우루이양, 5위 천야오예, 8위 스웨, 20위 탕웨이싱이 출전했다. 모두 세계대회 우승 경력을 가진 바둑 최강자다.

흑을 잡은 5명의 프로기사는 머리를 맞대고 협동작전을 펼쳤다. 초반 팽팽한 흐름이 이어졌다. 하지만 알파고의 58, 60수로 형세는 단번에 알파고 쪽으로 기울었다. 김영삼 9단은 “알파고 바둑은 완벽했다. 58, 60수는 사람과 AI의 수준 차를 느끼게 해준 수순”이었다고 설명했다.

그 이후론 시종일관 알파고가 우세했다. 막판 제한시간까지 거의 다 사용한 ‘사람팀’이 별 소득 없이 돌을 던져야 했다. 대국이 끝난 뒤 저우루이양 9단은 “알파고가 예측하지 못한 수를 두는 바람에 놀란 적이 많았다”며 “다섯 명이 함께 바둑을 뒀지만 돌이켜보면 이렇다 할 기회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이에 앞서 오전에 열린 페어대국에서는 롄샤오 팀이 구리 팀에 220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뒀다. 구리 9단과 알파고A가 한 팀을, 롄샤오 8단과 알파고B가 다른 한 팀을 이뤄 AI와 사람의 협업 가능성을 시험한 자리였다.

인간과 알파고가 번갈아 수를 놓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순번은 구리→롄샤오→구리팀 알파고→롄샤오팀 알파고로 돌았다. 중반까지는 구리팀의 호흡이 잘 맞았던 반면, 롄샤오 8단은 이따금 알파고의 특이한 수에 놀라며 알파고와 협동 작전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중반 이후 롄샤오 팀이 상대 좌변 영토를 파괴하면서 분위기가 역전됐다. 구리 9단은 같은 편 ‘알파고’의 불계패 요청을 몇 차례 거절하며 뚝심 있게 대국을 이어 갔다. 하지만 결국 돌을 던졌다.

롄샤오 8단은 대국이 끝난 뒤 “바둑에 대한 시야가 넓어지는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실버 책임 개발자는 "페어 대국으로 사람이 AI를 활용해 무엇을 창조할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있었다. 네 명의 화가가 한 화폭에 그림을 그리는 듯 매우 아름다웠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대국을 해설한 김성룡 9단은 “선수들이 알파고의 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당황하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앞으로 AI와 사람이 협업하는 경기가 성행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또 “페어 대국의 81, 83수에서는 사람과 AI의 팀워크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요컨대 구리 9단이 81로 의도를 선뜻 파악하기 힘든 수를 뒀지만 알파고가 그 뜻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83으로 보조를 맞췄다는 것이다.

27일에는 커제 9단과 알파고의 마지막 3국이 열린다. 이날 대국은 커제 9단의 요청에 따라 커제 9단이 백을 잡고 진행한다.

우전=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