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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베크 코치, 멕시코전 '대타 지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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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핌 베르베크 수석 코치(왼쪽)와 홍명보 코치(왼쪽에서 셋째)를 비롯한 한국 축구 국가대표 선수단이 환영만찬 행사에서 교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13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윌셔가 코리아타운의 래디슨 호텔로 들어서는 한국 축구대표선수들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나타나지 않았다. 로스앤젤레스 교민들이 마련한 환영만찬에서 핌 베르베크 수석 코치는 "아드보카트 감독이 개인사정으로 오지 못했다. 감독은 '참석하지 못해 유감이다. 교민에게 감사하다. 2002년의 기적을 다시 이루고 싶다. 16일 멕시코와의 경기에 많이 와서 응원해 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행사 직전 89세로 운명한 장모의 부음을 전해 듣고 공항으로 진로를 바꿔 네덜란드행 비행기에 올랐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아드보카트가 가정적인 데다 처가 쪽에서 장례를 주도할 만한 사람이 없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아드보카트는 18일 영국 런던에서 대표팀에 합류해 아시안컵 예선 1차전 시리아전(22일)을 지휘할 계획이다.

16일 낮 12시30분 LA에서 벌어지는 멕시코전에 임시 지휘봉을 잡을 베르베크(50)는 주름살이 많다. 멀리서는 40대로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아홉 살 많은 아드보카트만큼 나이가 들어 보인다. 그만큼 고민이 많은 스타일인 듯하다. 실제로 많은 정보를 취합해 최적의 전술을 찾아내고, 감독의 의중도 헤아려야 하는 스트레스 많은 브레인으로서 그는 큰 일을 해냈다. 2002년 히딩크의 성공과 2006년 아드보카트의 순항은 베르베크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감독으로서는 또 다른 문제다. 1981년 지도자의 길을 시작한 그는 네덜란드 몇몇 팀과 일본 2부리그 오미야 감독을 했으나 대단한 성과는 내지 못했다. 한국팀 코치로 팀을 월드컵 4강에 올려놓은 후 그는 PSV 에인트호벤 2군 감독, 일본 교토 퍼플상가, 네덜란드령 안틸러스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역시 기대만큼 성적을 올리지 못하고 독일 보루시아 MG 수석코치로 다시 밀려났다.

본프레레 호가 난파하고 있을 때 그는 한국 감독 자리를 공개적으로 원했다. 곡절 끝에 아드보카트 휘하의 코치로 한국팀을 맡게 된 그는 비록 한 경기지만 그가 원했던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스포츠에서 돌발 상황이 일어나면 좋은 성적을 내는 경우가 많다. 감독이 퇴장당하면 선수들이 더 힘을 내고, 감독이 교체돼도 잠시 반짝 투혼이 나온다. 주장인 이운재(수원)선수는 "감독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도록 선수단 전체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훈련 일정과 멕시코전 전술에 대해 아드보카트가 베르베크에게 지시하고 떠났다고 전해졌지만 베르베크는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FIFA 랭킹 7위인 멕시코와의 평가전은 선수들은 물론 베르베크 감독대행의 역량도 테스트할 수 있는 경기다.

로스앤젤레스=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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