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영화 ‘다이빙벨’의 상영을 막는 등 문화·예술계에 영향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를 이용한 정황이 공개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 황병헌)의 심리로 24일 열린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블랙리스트’ 재판에 오모 전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이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증언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따르면 청와대는 지난 2014년 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영화 ‘다이빙벨’이 상영되지 않도록 압력을 행사했다. 영화 다이빙벨은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의 미흡한 대응을 비판하는 다큐멘터리식 영화이기 때문이었다.
이 과정에서 정무수석실은 보수 단체인 ‘차세대 문화인연대’에 상영 반대 성명서를 내도록 지시했다. 당시 차세대문화인연대는 “세월호 문제를 일방적인 시선으로 보여줘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논란에도 불구하고 다이빙벨이 상영되자, 청와대는 정무비서관실을 통해 관람을 조직적으로 방해했다. 460여 석의 전 좌석을 일괄 매입해 일부를 보수 단체 회원들로 채우는 식이었다. 오 전 비서관은 “입장권 매입은 정무비서관실에서 주도했던 걸로 안다. 당시 부산 지역 국회의원을 통해 매입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특검팀이 “이외에도 당시 조윤선 정무수석이 김 전 실장의 지시사항을 받아 다이빙벨 상영에 대해 부산 국회의원을 통해 항의하고 저명한 문화인들의 기고를 통해 비판 여론을 조성하려 했냐”고 질문하자 오 전 비서관은 “그렇게 추정된다”고 답했다.
오 전 비서관은 또 “청와대의 시민단체에 대한 동향 파악은 재향군인회, 어버이연합, 엄마부대 등을 통해 이뤄졌다”고 증언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