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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증과 회한’ 노무현 추도식…2015년엔 김무성 물세례 받기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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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8주기 추도식은 여러모로 의미가 남다르다. 여야 정권교체를 이룬지 처음 열리는 추도식인 데다 ‘노무현의 사람’인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했다. 현직 대통령으론 처음이다.

 2010년부터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진행되는 노 전 대통령의 추도식은 애증과 회환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2012년 추도식에서 노 전 대통령의 장남 건호 씨는 “3년이면 이제 희미해질 만도 한데 아직도 그분에 대한 애증과 논란은 계속 진행형인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라고 한 것이 이런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2015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6주기 추도식에서 당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햇빛을 가리고 있다. 왼쪽은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 [중앙포토]

2015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6주기 추도식에서 당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햇빛을 가리고 있다. 왼쪽은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 [중앙포토]

 전직 대통령이 갑자기 세상을 등진 만큼 역대 추모식에선 참석자 간에 불편한 기류가 흐르기도 했다. 2015년 당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여당 대표로선 처음으로 추도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옆에는 문재인 대통령(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이 앉아 여야 대표가 나란히 추도식장에 참석한 장면이 연출됐다. 이때 노건호 씨는 ‘작심 발언’을 했다.

 그는 김무성 대표를 향해 “오늘 이 자리에는 특별히 감사드리고 싶은 분이 오셨다. 전직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며 정상 회의록 일부를 피 토하듯 줄줄 읽으시던…”이라며 “국정원을 동원해 댓글 달아 종북몰이 해대다가, 불쑥 나타나신 진정 대인배 풍모를 뵙는 것 같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김 대표는 당황한 듯 멋쩍게 웃다가 옆자리 문 대표에게 “(건호 씨 발언을) 알고 있었느냐”고 묻자 문 대표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몰랐다”고 답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찍혔다. 문 대표는 당시 ‘나도 놀랐다’는 취지의 말도 했다고 한다. 김무성 대표는 당시 추모객들의 야유와 욕설 속에 물병 투척을 당하기도 했다.

2015년 당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추도식이 끝나고 퇴장하던 중 참석자들로부터 날아든 물병에서 나온 물을 맞고 있다. [중앙포토]

2015년 당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추도식이 끝나고 퇴장하던 중 참석자들로부터 날아든 물병에서 나온 물을 맞고 있다. [중앙포토]

 봉변을 당한 건 여권뿐만이 아니었다. 당시 친노무현계를 비판하며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했던 천정배 당시 무소속 의원도 시민들에게 물세례를 받았다.

 이번 8주기 추도식에는 옛 여당인 자유한국당이 대표급 인사를 보내지 않기로 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진보·보수 진영간 감정의 골이 다시 깊어진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 7주기 때는 정진석 새누리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추도식에 참석했다. 1주기와 4주기 때는 당시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최경환 원내대표가 각각 당을 대표해 참석했다. 5주기 때도 비상 상황에서 원유철 비상대책위원이 참석했다.

지난해 서거 7주기 추도식에서 노 전 대통령의 장남 노건호 씨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왼쪽은 더불어민주당 김홍걸 국민통합위원장 [사진공동취재단]

지난해 서거 7주기 추도식에서 노 전 대통령의 장남 노건호 씨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왼쪽은 더불어민주당 김홍걸 국민통합위원장 [사진공동취재단]

 3년 만에 보수 정당의 대표급 지도부가 추도식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에 대해 한국당 내부에서도 찬반이 엇갈렸다고 한다. 이와 관련, 정우택 원내대표도 지난주 추도식 참석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다른 대통령들과 달리) 노 전 대통령 추도식에만 (당 대표들이) 가야만 하는 이유가 있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어느 대통령의 추도식에는 가고 어느 대통령은 안 가고 그런 원칙들이 국가의 ‘프로토콜(규약)’인데 이런 것들이 좀 정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3일 8주기 추도식에는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를 비롯해 김동철 국민의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정세균 국회의장 등 여야 지도부가 총출동했다. 보수정당인 바른정당의 주호영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도 참석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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