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공직 할당제] "고시 공부 안해도 고위직 진출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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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공직에 이공계 출신을 대거 수혈하지 않고는 21세기 지식정보사회로 진입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을 것입니다. '이공계 공직 진출 확대 방안'을 마련한 것도 이공계를 우대하자는 것이 아니라 지식사회에 낙오하지 말자는 대책 중 하나입니다."

김태유(52.사진)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은 "산업혁명에 뒤처져 국가 발전이 더뎠는데 미래 지식정보사회에서까지 그렇게 돼서는 안될 것"이라며 국가 운영에서 이공계 출신의 역할을 강조했다. 金보좌관이 서울대 교수 시절부터 추진해 왔고 또 과학기술계에서 산발적으로 거론돼 온 이공계 공직 진출 확대 방안을 종합해 이번에 열매를 맺게 한 것이다.

-이공계 출신이 공직에 들어가야만 지식사회에 대비할 수 있나.

"현재 선진국의 순위는 산업혁명을 한 순서와 거의 일치한다. 기술이 있느냐 없느냐가 선진국과 후진국을 갈라놓은 것이다. 지식혁명 역시 과학기술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국가를 움직이는 집단인 공무원 중에 이공계 출신의 수혈이 발등의 불이다. 현재는 그 수가 너무 적다."

-그렇다고 이공계 출신이 행정을 잘 할 수 있는가.

"가장 효율적인 조직으로 축구.야구.농구 등 스포츠팀이 꼽힌다. 약간만 빈틈이 있어도 경기에서 지기 때문이다. 명감독 중에 관련 종목 선수 출신이 아닌 사람이 있는가. 과학기술이 몸에 밴 사람이 공직에 들어가야 첨단기술의 흐름이나 미래지향적 정책을 입안하는 데 훨씬 유리하고 전문적으로 할 수 있다. 특히 인문계 출신이 이공계를 다시 전공하는 건 어려워도, 이공계 출신이 행정 마인드나 지식을 습득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다."

-이공계 출신을 고시로 내모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다.

"그렇지 않다. 되레 고시 열병을 잠재우는 역할을 할 것이다. 필답고사로 이공계 출신을 뽑는 것은 앞으로 더욱 줄여 나가고, 박사학위 소지자나 기업.연구소 등에서 경력을 쌓은 전문가를 특채하는 비율이 훨씬 많아질 것이다. 굳이 고시공부를 하지 않아도 전공 공부만 열심히 하면 고위 공직자가 될 가능성이 커진다."

-노무현 정부에서만 반짝 추진하다 흐지부지되는 것 아닌가.

"정부의 인사 규정 등 각종 법.제도를 체계적으로 바꾸어 나갈 것이기 때문에 그런 염려는 안해도 된다. 더욱이 시대환경 변화에 따른 순기능이 많아 결코 흐지부지되지는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

박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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