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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언론 따돌렸다 역풍 맞은 트럼프

중앙일보

입력

FBI 국장 해임 파문으로 시험대에 오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AP=연합뉴스] 

FBI 국장 해임 파문으로 시험대에 오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AP=연합뉴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21일(현지시간) 사우디 리야드에서 사우디 외무장관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었다. 하지만 이 자리에 미국 기자들은 쏙 뺐다고 미국 정치 매체 폴리티코가 보도했다.

틸러슨 국무, 사우디 순방 성과 미국 기자 빼고 회견 #트럼프, 러시아 외무장관 접견 때도 미국 기자 배제 #기자 왕따시킨 현장이 트럼프 발목 잡는 부메랑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첫 해외 순방의 결과를 발표한 이 회견에서 틸러슨 장관은 "양국이 서명한 일련의 투자 계약의 가치를 합치면 3500억 달러(393조원)을 넘는다"며 "10년간 두 나라에 수십만개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R.C. 해먼드 국무부 대변인은 "유감스럽게도 미국 언론에게 참석하라고 공지하고 준비하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다른 상황이었다면 미국 언론도 통보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기자회견 내용을 즉각 정리해 배포했다. 이상적으로는 미국 언론도 참석해 질문을 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

 폴리티코는 그러나 국무부가 백악관 출입기자단에게 배포한 보도자료는 사우디 TV가 보도한 걸 급하게 베낀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무부는 미국 언론과 긴장 관계에 놓인 것으로 악명 높다. 전임 정부와 달리 일일 정례 브리핑도 열지 않을 뿐더러 지난 3월 틸러슨 장관의 첫 아시아 순방 때도 풀 기자단을 데려가지 않고 보수적인 인터넷 언론인 '인디펜던트 저널 리뷰'와 단독 인터뷰를 진행해 기자들의 원성을 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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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단 틸러슨 장관 뿐만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주류 언론의 반목은 더 악명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가도에서 자신에게 집중 포화를 퍼부은 주류 언론에 대해 '가짜 뉴스'라고 비난을 퍼부은 바 있다. 지난 10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백악관에서 접견을 하면서도 미국 언론은 쏙 빼고 러시아 기자의 취재만 허용해 뒷말이 무성했다.

하지만 그가 왕따시킨 언론과 문제의 현장이 트럼프의 발목을 잡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가 10일 러시아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미치광이(nut job)로 묘사했다고 19일 보도했다. 그날 접견의 녹취 요약본에 따르면 트럼프는 코미를 해임한 덕에 "러시아 때문에 직면한 엄청난 압박"을 날려버렸다고 말한 뒤 "나는 수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는 것이다 .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장관을 만나기 바로 전날 코미 국장을 전격 해임한 바 있다.

이는 코미의 해임이 대선 기간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내통 의혹의 수사를 방해하기 위한 것임을 시사하는 새로운 증거라 파장이 크다. 사법 방해는 중범죄로 분류돼 탄핵 요건에 해당할 수 있다. NYT는 트럼프가 FBI 국장에게 러시아 게이트 수사를 중단하라고 직접 압박했음을 기록한 소위 '코미 메모' 특종으로 백악관을 휘청이게 만든 가운데 후속타를 날린 셈이다.

코미의 메모를 보도한 NYT의 기사 중 트럼프가 코미에게 기자들을 감옥에 집어넣어야한다고 말했던 부분도 별도로 조명되고 있다. NYT 기사에 따르면 트럼프는 언론 매체에 정보를 흘린 걸 비난하면서 코미 국장에게 "기밀을 기사화한 기자들을 감옥에 집어넣을 생각을 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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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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