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계 수출입은 환차원 떠넘기기 공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원화절상에 따른 환차손 처리문제를 둘러싸고 조선업계와 수출인은행이 팽팽한 공방전을벌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있다.
돈을 빌려주면서 환차부담까지 떠맡을수는 없다는 수은의임강과 가뜩이나 어려운 조선업계에 환차손까지 덮어씌우는것은 부당하다는 조선업계외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것.
양즉사이에 벌어지고 있는「환차손 떠넘기기」공방은 7백원대 환율시대의 한 단면이라는점에서 업계의 큰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조선소로서는 한척당 많게는수천만달러씩 소요되는 막대한 건조자금을 일시에 조달할수는없으므로 건조자금의 절반이상을 수은으로부터 빌어다 일단 건조를 끝낸뒤 수입업자로부터연불로 돈을 받아 빌은돈을 수은에 갚아나가게 된다.
이때 수은이 조선업체에 건조자금을 달러로 빌려주느냐, 아니면 원화로 빌려주느냐에 따라 수은과 조선업체의 이해득실이 크게 엇갈린다.
대출싯점과 상환싯점의 환율이크게 다르고, 대출규모 자체가 워낙 엄청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제가 발생한것은 지난5월말 수은이 건조자금 대출규정과 관련된 업무방법서상의 일부 규정을 개정하면서부터.
건조자금 대출통화를 원화표시로 일원화한 것. 즉 그이전까지는 조선업체의 희망에 따라달러표시와 원화표시중 한가지를 고를수 있었으나 5월말부터는 원화표시로만 대출을 받게고친 것이다.
조선업계는 즉각 반격에 나섰다. 여러차례의 대정부 건의를 통해 건조자금을 원화표시로대출함에 따라 조선업계 전체로년간 4백32억원의 환차손을 입게됐다고 주장하면서 계속되는불황과 누적적자로 심각한 경영난에 처해있는 조선업계에 이처럼 막대한 환차부담까지 덮어씌우는 것은 있을수 없다고 열을 올리고 있다.
예컨대 조선업체가 수은으로부터 1천만달러의 건조자금을대출받았다 치자. 종전에는 수은에 대한 부채는 1천만달러로 표시됐지만, 지금은 대출싯점의환율(예를 들어 달러당 8백원) 로 따져 80억원으로 채무가 원화표시된다.
1년동안의 건조를 끝낸뒤 상환싯점의 환율이 달러당 7백50원으로 떨어졌다면 1천만달러는 우리돈으로 75억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조선업체·임강에서 부채가 당초부터 1천만달러라는외화로 표시됐다면 갚을 싯점에서는 75억원만 있으면 되지만 현재와 같은 원화표시 대출방식에서는 80억원을 그대로상환해야 하므로 5억원의 환차손을 입게된다.
조선업계는 년평균 조선및 플랜트 수주액이 13억8천만달러에 달하므로 이같은 원화표시대출로 인해 년간4백32억원의손실을 보고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수은은 조선업계의 주장이 지나치게 일방적이라고 반격하고 있다.
모든 수출기업들이 원화표시대출인 일반무역금융을 쓰고었는데 형편이 어려운줄은 알지만 유독 조선업계만 외화표시로 대출받는다는 것은 형평의원칙에도 어긋난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조선업계는 어쨌든 자신들의주장이 관철될까지 계속 투쟁하겠다는 결의를 밝히고 있다. <배명복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