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이제 ‘통합을 위한 행진곡’을 불러야 할 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4면

어제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37주년 기념식은 여러 모로 의미 있는 행사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는 4년 만에 참석했고, 기념곡 ‘임을 위한 행진곡’이 9년 만에 제창됐다.

문 대통령이 기념사에서 밝혔듯 5·18은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가장 슬프고 아픈 장면”이다. 민주화 시위에 나선 시민들을 국가권력이 짓밟은 것은 어떠한 이유로도 설명이 되지 않는 야만적인 국가폭력이다. 게다가 당시 광주에 주둔했던 계엄군의 헬기 사격 의혹이 새롭게 제기된 만큼 진상 규명이 필요한 미해결의 역사다. 새삼 흥분할 필요는 없지만 한 치의 의혹도 남지 않도록 진실을 찾아내는 노력을 해야 한다.

하지만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쟁은 이제 그만둘 때가 됐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합창하느냐 제창하느냐를 놓고 다투는 보수와 진보의 논쟁이 대표적이다. 이 노래는 이명박 정부 때 합창으로 바뀌었다가 문 대통령의 2호 업무지시로 제창으로 환원됐다. 이 곡이 이미 5·18 민주화운동의 상징이 된 만큼 제창으로 하는 게 틀리지 않다고 본다. 부르기 싫은 사람은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노래를 거부한다는 것은 민주화운동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 짙은 만큼 기념식 참석 자체가 인지부조화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5·18이 다시 있어서는 안 되는 우리 모두의 비극인 만큼 보수와 진보, 동서의 구분 없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아픔을 감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통령의 기념사는 울림이 있었다. 문 대통령은 “광주의 아픔이 국민 모두의 상처와 갈등을 품어 안을 때 광주가 내민 손은 가장 질기고 강한 희망이 될 것”이라며 “광주가 먼저 정의로운 국민통합에 앞장서 달라”고 호소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이제 ‘통합을 위한 행진곡’이 돼야 한다. 그래야만 영속적인 생명력을 갖게 될 것이며, 그것이 5·18 민주화운동의 희생자들이 진정으로 바랐던 염원에 부응하는 길이다. 국민통합이야말로 그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는 진정한 헌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