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투신 선배들, 현역 복귀 반대" 현직 외교관 주장

현직 외교관이 전직 외교관의 정치 참여에 반대하는 글을 외교부 내부 통신망에 올려 주목을 끌고 있다.

18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김용호(55, 외시 20회) 주 벨라루스 대사는 지난 13일 외교부 직원 내부 통신망에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직업 공무원제 확립'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김 대사는 "퇴직한 선배 외교관들이 선거판에 끼어들어 정치권에 들어가더니 선거 후에는 정치인으로서가 아니라 현역으로 다시 등장하기 시작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지난 10년간 청와대는 물론 내각에 '올드 보이'(은퇴한 공무원)들이 귀환하여 역사를 미래로 전진하게 하기보다는 과거로 회귀하게 하는 퇴행 현상이 나타나게 됐는데 우리 부(외교부)도 예외는 아니었다"고 적었다. 전직 외교관들이 대선 후보 캠프에 참여하고, 당선 뒤에는 외교안보와 관련된 정부 내 공식 직위를 맡는 것을 꼬집은 것이다.

그는 또 '올드 보이'들에 대해 "현역으로 귀환할 것이 아니라 정치의 길을 가거나 원로로서 자문의 역할에 머무는 미덕을 살림으로써 후배들이 언제까지 '꺼진 불도 다시 보며 살지 않게' 내버려둬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면서 나는 우리 후배들이 더 이상 콘클라베의 갇힌 밀실에 있지 말고 대화와 토론의 열린 광장으로 나오길 기대한다"며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조직 운영 스타일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윤 장관 역시 박근혜 대선 캠프에 참여한 뒤 현역으로 복귀했다. '콘클라베'는 교황 선출을 위한 회의기구로 합의를 이룰때까지 제한 없이 계속 이어지는 방식인데 임기 초 윤 장관이 주요 간부들과 심야까지 계속되는 브레인스토밍 식의 회의를 자주 한 것을 빗대 '콘클라베'라는 표현이 나왔다.

김 대사의 글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이번 대선에서 유독 많은 전직 외교관들이 후보 캠프에 참여했으며, 최근에는 구체적으로 일부 올드 보이들이 ‘한 자리’씩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데 대한 비판에 공감하는 시각이 있다. 반면 대통령과 후보 시절부터 정책공약 수립을 함께 하고 실무 경험이 있는 전직 외교관들이 중요한 직위를 맡는 것을 나쁘게만 볼 필요는 없다는 의견들도 나오고 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