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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전 총리 '옥중 서신' 공개..."다시 봄바람이 분다"

중앙일보

입력

한명숙 전 총리 옥중서신 [사진 강기석 페이스북]

한명숙 전 총리 옥중서신 [사진 강기석 페이스북]

  의정부 교도소에서 수감 중인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옥중 서신'을 통해 이번 대통령 선거에 대해 "색깔론, 북풍, 흑색선전이 도저히 먹혀들지 않았던 낯선 선거"라고 표현했다.

강기석 노무현재단 상임중앙위원은 16일 페이스북에 '한 전 총리에게 오랜만에 편지를 받았다'며 이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이 서신에서 한 총리는 "다시 봄바람이 분다. 어느 영웅이나 정치인이 만든 봄바람이 아니라 참으로 든든하고 기쁘다"며 "소박한 꿈을 가진 보통 사람과 작은 바람을 안고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이 서로 손에 손을 맞잡고 만들어낸 역사의 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선거에 대해 "보수 세력뿐 아니라 우리와 뿌리가 같았던 이들가지 치부를 드러낸 색깔론은 이제 그 효력이 다 한 것 같다"며 "시민들의 면역력도 한층 강해졌다. 이번 선거에서 얻은 큰 소득"이라고 평가했다.

 한 전 총리는 "어떤 일이 닥쳐도 꼭 이겨야 한다는 시민들의 맞잡은 손이 끝까지 문재인을 지켜주고 승리를 얻어 낸 그 헌신성과 간절함에 감동받았다"며 "선거 일주일 전부터는 숨도 크게 쉴 수 없을 정도로 마음졸임과 불안감이 몰려와 홀로 견뎌내기 참 힘겨웠다. 혹시나 북한이 핵실험이나 하지 않을지, 온갖 상상을 하며 마음 졸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걱정 없다. 지금 걷는 길이 비록 가시밭길이어도 두렵지 않다. 자신의 삶의 결정을 스스로 할 수 있는 위대한 시민들이 있기 때문"이라며 "맞잡은 손을 놓지 않고 끝까지 문 대통령을 지켜서 사람사는 세상으로 가는 길을 놓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전 총리는 출소 후 계획에 대해 "저는 봄 지나 여름 끝자락이면 세상과 만난다"며 "출소 후에는 되도록 정치와 멀리하면서 책 쓰는 일과 가끔 우리 산천을 훌훌 다니며 마음의 징역 때를 벗겨 볼까 한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는 2012년 민주통합당 대표를 지냈으며, 2007년 열린우리당 대선경선을 앞두고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9억여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2015년 8월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오는 8월 만기출소를 앞두고 있다.

이지상 기자 groun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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