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15일 전날 발사한 탄도미사일을 화성-12형(KN-17)이라고 소개하며 ▶신형 지상대지상(지대지)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이고 ▶최대 정점고도 2111.5㎞, 비행거리 787㎞에 이르렀으며 ▶이번 실험으로 대기권 재진입(re-entry) 기술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대기권 재진입 기술 확보 여부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척도로 간주된다. 북한의 주장은 사실일까.
북 ICBM용 대기권 진입은 미확인 #ICBM 최고 속도는 마하 24지만 #이번 발사된 미사일은 마하 16~17 #지대지 미사일? 지대함 미사일? #사거리로 보면 지대함보다 2배 길어 #미, 타격발언 부담에 “지대함 가능성”
① 재진입 기술 성공했나=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은 IRBM이다. IRBM과 ICBM의 재진입 기술은 완전히 차원이 다르다.
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 IRBM의 최대 속도는 마하 16~17 수준으로 파악됐다. 이 경우 대기권으로 재진입할 때 공기와의 마찰로 탄두(전투부)에 발생하는 열은 섭씨 5000도 정도라고 한다. 북한이 이 마찰열을 이길 정도로 탄두 내열 소재를 확보했는지는 미지수다. 설령 북한 주장대로 재진입에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이게 미국을 타격 목표로 하는 ICBM급 재진입 기술을 확보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ICBM급의 경우 대기 중에 재진입할 때 최고 속도가 마하 24에 달한다. 이 때 탄두에 발생하는 마찰 온도는 섭씨 7000~8000도에 이른다. ICBM급 재진입 기술은 이 같은 마찰열을 견뎌야 할 뿐 아니라 탄두 표면이 불균형하게 깎이는 현상도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자칫 미사일이 균형을 잃고 회전하다 진동으로 폭발하게 돼서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북한이 재진입 때 발생하는 엄청난 열을 견딜 수 있는 소재로 만든 탄두를 확보했는지 여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면서도 “현재로선 (ICBM급 재진입 기술) 성공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② 지대지인가, 지대함인가=북한은 이번 미사일을 지대지 미사일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미군 당국 등 일각에선 지대함미사일(ASBM)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일반적으로 항공모함을 타격하기 위한 ASBM은 사거리가 대략 2000㎞ 안팎이다. 중국의 대표적인 ASBM인 둥펑-21D는 사거리가 약 1770㎞ 다. 북한이 이날 발사한 화성-12형은 최대 사거리(1단 추진체의 경우)가 4000~5000㎞다. ASBM의 경우 사거리가 길어지면 정확도가 떨어진다. 항모용으로 부정확할 수 있다는 얘기다. 더욱이 북한의 현재 레이더 탐지 능력으로는 수천㎞ 밖에 있는 미 항모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다. 결국 미군 당국 등의 주장과 달리 지대지 미사일일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ASBM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과 관련, 일각에선 미국이 북한의 미사일 기술을 평가절하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동안 북한이 ICBM을 시험발사할 경우 대북 선제타격도 할 수 있다고 언급했는데 이번 미사일이 ICBM 전 단계의 신형 지대지 미사일이라는 점을 인정할 경우 정치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어서란 이유다.
③ 사드로 요격할 수 있나=북한이 화성-12형을 남한의 중남부권으로 발사하려면 사거리를 크게 줄여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이번처럼 비정상적인 고각(高角)으로 발사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경북 성주에 배치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방어권 안에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북한이 고각으로 발사할 경우 사드 요격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고 한다. 고각으로 쏠수록 탄도미사일의 체공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미사일을 탐지·추적·요격할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드 요격 여부의 핵심은 탄도미사일의 속도다. 북한이 이날 발사한 탄도미사일의 낙하 속도는 최대 마하 16~17이라고 하는데 이는 사드 요격의 한계점이다. 하지만 사드가 가장 요격하기 좋은 조건인 고도 100㎞ 안팎의 구간에선 마하 15 이하라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북한이 발사한 화성-12형 미사일은 비행 중 최고 고도에서 속도가 가장 느려지고 이후 낙하하면서 가속도가 붙어 점점 속도를 회복하는데 사드 최적 요격 거리인 100㎞ 안팎에서 마하 15 이하여서 사드 요격이 가능하다.
김민석 군사안보전문기자 kimse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