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요인이 참석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5부 요인과 만났다.’
새 정부 출범 후 대통령 취임식과 동정에 관한 소식에는 으레 ‘3부 요인’, ‘4부 요인’, ‘5부 요인’이란 용어가 등장한다. 입법‧행정‧사법부의 수장을 뜻하는 3부 요인이란 단어는 익숙하지만 5부 요인은 어색하고 알쏭달쏭하다.
3부 요인은 국회의장(입법)‧대법원장(사법)‧국무총리(행정)를 일컫는다. 삼권분립을 명시한 헌법이 탄생한 이래 3부의 수장이 대등하다는 의미로 굳어져온 용어다. 이를 토대로 의전, 경호 등 예우를 정한다. 국가 원수인 대통령은 별도의 예우 규정이 있다.
이런 관례에 혼선이 생긴 건 1988년 헌법재판소가 등장하면서부터다. 헌법재판소는 1987년 6월 항쟁 이후 탄생한 새 헌법에 따라 독립기관으로 창설됐다. 처음에는 헌재소장에 대한 의전 서열을 명시한 규정이 없다가 2000년 윤영철 전 헌재소장이 취임한 뒤에 대법원장에 준하는 국가 요인으로 의전 서열이 정해졌다.
행정자치부의 정부의전편람에 따르면 각종 국가 기념행사의 의전 서열은 국회의장과 대법원장, 헌재소장, 국무총리, 중앙선관위원장 순이다. 기존 3부에 헌재소장을 포함해 ‘4부 요인’이라고도 하고 중앙선관위원장을 포함해 ‘5부 요인’이라고도 하는데, 엄밀하게 이는 잘못된 용어다.
헌재 관계자는 “삼권분립 원칙으로 보면 헌재와 선관위가 하나의 ‘부(府)’를 이루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4부, 5부란 용어는 맞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헌법상 3부와 대등한 독립기관의 지위를 갖고 있기 때문에 3부 요인이란 용어도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헌재는 지난 12일 출입기자단에 ‘국가 주요인사 의전 서열에 관한 참고 자료’를 배포하고 “3부 요인이란 표현은 부적절하니 가급적 쓰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헌재 관계자는 “몇부 요인이란 말 대신 ‘국가 요인’이란 용어가 가장 적절하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으로 국민적 관심을 산 헌법재판소가 새 정부 출범과 함께 헌재의 위상에 대한 인식을 바로잡으려는 시도다. 대법원 관계자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의 하부 기관이란 인식이 깔려 있었던 게 사실이다"며 "대법원과 헌재의 기능과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바로 알릴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