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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南 보수파 핑계' 속뜻 뭘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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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북한이 18일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 불참을 시사하고, 이날로 예정된 4대 경협합의서 발효통지문 교환에 응해오지 않은 데 대해 정부는 일단 예상 밖이라는 반응이다. 지난해 아시안게임 때 대규모 선수단과 응원단을 보내 남한 국민들의 호응을 받았고, 최근 북한이 남북 경협에 적극적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의외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북한의 의도에 대한 분석이 다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북한이 이번에 문제삼은 것은 남한 보수단체의 8.15 집회다. 반핵(反核), 반김(反김정일)을 전면에 내건 이 집회는 3.1절 이래 두번째였다.

북 "이래서 안가" : 보수단체 회원들이 지난 15일 오후 서울 시청 앞에서 '반핵 반김 8.15국민대회'를 열고 인공기와 김정일 위원장 사진을 불태우고 있다. [뉴시스.사진왼쪽]

남 "그래도 와야" : 18일 U대회 기간 동안 북한 응원단이 묵을 숙소였던 경북 칠곡군 기성리 대구은행 연수원에서 도우미가 안타까이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 [칠곡=조문규 기자.사진오른쪽]

북한은 성명에서 "보수세력이 인공기를 불태우고, 우리의 체제까지 모독했다"고 하면서 이 집회를 허가한 남한 정부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안전을 해치는 지역'에 선수단을 보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미뤄 북한의 U대회 보이콧 움직임은 일단 남한 내의 김정일 체제 비난과 맞물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북한은 김정일 체제 부정과 관련되는 것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강경하게 대응해왔다"면서 "핵 위기가 불거지면서 북한은 이 부분에 대해 더 민감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인 이유일 수 있다. 3.1절 때도 같은 내용의 집회가 있었지만 그때는 북한이 남북 교류.협력과 관련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움직임에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지적들이다. 첫째는 남한 내 보수세력 때리기다. 상징성이 큰 북한의 U대회 불참과 경협합의서 발효 연기가 남한 내 보수세력 때문이라는 여론을 조성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여기에는 남한 내 보수세력이 민족공조 노선의 최대 걸림돌이라는 인식도 깔려 있다. 북한은 '남남 갈등'을 부추기려 했을 수도 있다.

다른 하나는 남한 정부 압박용의 인상도 풍긴다. 다음주의 6자(남북, 미.일.중.러) 회담을 앞두고 남한 정부가 미.일과의 공조를 중시하는데 대한 간접적 경고일 수 있다.

일각에선 한.미 연합군사훈련(을지포커스렌즈)이 18~29일 예정된 것도 북한의 이번 움직임과 관련있을 것으로 본다.

북한이 U대회에 불참할 것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아직 이틀 동안의 시간이 있고, 북한이 막판에 태도를 바꾼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이 남한 당국이 들어줄 수 없는 공식적인 사죄를 요구하고 있어 북측 선수단 참가는 가능성이 작다.

오영환 기자 <hwasan@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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