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요즘 워싱턴에서 가장 위험한 직업은…트럼프 대변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트럼프의 대변인’으로 일하려면 거짓말쟁이가 되거나 바보가 될 각오를 해야 한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제임스 코미 FBI 국장 해임 두고 #백악관 참모들과 트럼프 대통령 말 달라 #NYT "직원들에 분노 심어줘" 비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부 부처와 합의되지 않은 말을 내뱉고 즉흥적인 발언을 일삼아 참모들을 곤란하게 만든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럼프 미국 대통령.

하지만 이번엔 파장이 좀 크다. 지난 9일 트럼프가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해임하면서다. 해임 사유가 명확하지 않은 것도 강력한 반발을 낳았지만, 더 큰 문제는 백악관 직원들과 대통령의 말이 엇갈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먼저 트럼프가 코미의 해임 사실을 통보한 9일,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법무부의 의견을 수용해 결정한 것”이라 밝혔다. 이어 10일, 마이크 펜스 부통령 또한 의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트럼프는 법무부의 의견을 받아들여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이 18일 오전 일본으로 떠나기에 앞서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행사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이 18일 오전 일본으로 떠나기에 앞서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행사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그런데 이를 트럼프 대통령이 뒤집었다. 11일 NBC와의 인터뷰에서 “FBI는 혼란에 빠져 있다”며 “코미는 내 사람이 아니고, 해임은 법무부의 의견과 관계없이 이미 계획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코미를 해임한 것은 내가 내린 결정”이라 거듭 강조하며 측근들의 말을 ‘거짓’으로 만들고 말았다.

미 주요 언론은 일제히 트럼프를 비판하고 나섰다.

NYT는 “그는 단기적인 정치적 목적에 따라 자기 직원들을 희생시키며 마치 1회용처럼 취급한다”며 “트럼프를 지키는 건 오직 한 사람, 거울 속의 그 자신뿐”이라고 비꼬았다.

신문은 또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대통령이 모순되는 말을 하는 것보다 대변인을 더 낙담시키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트럼프의 보좌관들은 그의 이런 행동이 행정부에 파괴적 영향을 미치고, 직원들에게 깊은 분노를 남긴다고 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CNN은 “펜스 부통령조차 코미의 해임 이유에 대해 정확한 설명을 듣지 못해 당황했다”며 “백악관의 주요 참모들은 대부분 트럼프의 결정 과정에서 배제돼 있으며, 대통령은 점점 고립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의 입’이 되는 일은 일찌감치 ‘극한직업’으로 여겨져 왔다. 트럼프 캠프에서 일했던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트럼프가 음담패설 논란으로 곤욕을 겪을 때 TV 인터뷰에서 그를 변호했다가 외려 크게 혼이 났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수석 고문이었던 데이비드 액설로드는 “요즘 워싱턴에서 가장 위험한 임무는 트럼프의 대변인일 것”이라며 “거짓말쟁이나 바보로 보일 뿐인데, 그 어느 쪽도 매력적이지 않다”고 꼬집었다.

관련기사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는 숀 스파이서 대변인을 비롯한 백악관 공보팀의 ‘물갈이’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12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백악관 대변인이 하는 일일 브리핑을 없애고 격주로 내가 직접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NYT, 영국 인디펜던트 등은 트럼프가 폭스뉴스 출신 인물들을 대거 영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그는 폭스뉴스 진행자 출신 킴벌리 길포일 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길포일은 지난해 백악관 대변인 후보에 올랐던 인물이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