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1일 한·미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결정 이후 냉각된 한·중 관계 회복을 위해 사드 대표단을 중국에 파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낮 12시부터 40여 분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에서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관심과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청와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옛 홍보수석)은 밝혔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사드 문제와 북핵 문제를 별도로 논의할 대표단의 중국 파견 계획과 함께 이른 시일 내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고 시 주석은 문 대통령을 베이징으로 공식 초청했다.
시진핑과 40여 분 통화 … 사드·북핵 문제 별도로 논의 #"중국 진출한 한국 기업들 제재로 고통, 관심 가져달라” #시 주석 “구동화이 노력” 이른 시일 내 정상회담 합의
정상 간 통화 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특사 파견 의사 표명을 확인하면서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날엔 “중국과 미국에 특사를 보내 사드 문제를 협상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취임 연설에 대해 “중국 입장은 일관되고 명확하다”며 “한국이 적절하게 처리할 것을 희망한다”고 짧게 답했다.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는 의미의 ‘일관되고 명확하다’는 말 뒤에 늘 따라붙던 ‘결연코 반대한다’ 등의 표현은 없었다.
외교부 홈페이지 공식 발표문에서도 중국은 ‘사드’란 단어 없이 ‘중국의 우려’란 간접적 표현을 썼다. 외교 소식통은 “중국이 가장 원하는 건 한국 새 정부의 사드 재검토 및 철회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양국 관계 회복을 위한 출구 전략을 찾아야 한다는 논의가 내부에서 있다”고 말했다.
발표문에는 “시 주석은 한국의 새 정부가 ‘중국 측의 중대한 관심사’를 중시해 달라고 말했다”며 “시 주석은 ‘구동화이(求同化異·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며 공감을 확대)’하도록 노력하고 갈등을 원만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고 전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과 국민들이 어려움을 겪는데 제재가 원만히 해결되도록 시 주석께서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 달라. 북한의 추가 도발이 없어야 사드 문제 해결이 더 용이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북핵 문제 해결은 포괄적·단계적인 방식으로 압박·제재와 함께 협상을 병행해야 한다”며 “대북제재도 북한을 핵 폐기 협상의 장으로 이끌어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에 시 주석도 공감과 동의를 표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정부 당국자는 “한·중 관계 개선의 모멘텀이 마련됐다”고 평가하고 “(정상 간 통화는) 사드 갈등 해결 노력은 계속하되, 북핵 등 긴밀히 협력할 수 있는 현안은 소통을 병행해 나가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도 “양측이 상황 관리와 소통 채널 본격 가동에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며 “시 주석이 ‘구동화이’라는 단어를 쓴 것은 ‘차이를 놔두지 말고 적극 해결하자’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중국 정상이 한국 대통령에게 취임 축하 전화를 처음 걸어온 점도 갈등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