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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도 못따라가는 숨가쁜 새 대통령 일정

중앙일보

입력

19대 대통령 선거가 대통령 탄핵 사태로 앞당겨 치러지면서 현행법의 조문으로는 풀리지 않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당선 순간부터 새 정부 출범까지가 절차적으로 규정돼 있지만 이번 조기 대선에서는 곳곳에 ‘법적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

◇앞당겨진 공식 임기 = 이번에 선출된 대통령은 당선 확정과 함께 곧바로 대통령직을 수행해야 한다. 대선 다음 날인 10일 선관위가 당선을 확정하면 임기가 시작된다. 이번 선거가 지난 3월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보궐선거’에 준해 치러지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 14조는 ‘궐위 선거에 의한 대통령 임기는 당선이 결정된 때부터 개시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19대 대통령에게는 ‘당선인’ 신분의 기간이 없는 것이다. 통상 국회에서 하던 취임 선서도 취임식 장소가 정해지지 않아 어디에서 하게 될지 미정이다.

◇인수위 없이 새 정부 출범? = 1987년 헌법 개정 이후 직선제로 선출된 13대 노태우 대통령부터 18대 박근혜 대통령까지 모두 약 두 달 간 ‘당선인’ 신분이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도 이 기간에 운영됐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대통령 취임 준비위원회’를 시작으로 14대 김영삼 대통령 때부터 인수위로 불렸다.
 2003년부터 시행된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은 당선인의 지위와 권한을 명시하고 인수위 설치 등을 규정하고 있다. 법률의 주체를 ‘당선인’으로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19대 대통령은 원칙적으로 인수위를 설치할 ‘기회’가 없는 것이다.

지난 3월 정세균 국회의장과 교섭단체 대표들도 이같은 상황을 우려해 법률 개정을 논의했지만 본회의에 회부되지 못하면서 무산됐다. 법조계와 정치계 일각에선 ‘대통령 임기 시작일 이후에도 30일 범위 내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존속할 수 있다’고 규정한 인수위법 6조를 근거로 취임 뒤 인수위를 설치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법률 해석으로 풀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노명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은 당선인 기간을 거쳐 되는 것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된다고 해서 당선인 신분을 잃는다고 보기 어렵다”며 “두 지위를 겸할 수 있다고 보고 인수위법 6조를 넓게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선미·문현경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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