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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뽀로로, 중국엔 ‘시양양’이 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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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한국산 애니메이션 캐릭터 ‘뽀로로’ [사진 중앙포토]

한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한국산 애니메이션 캐릭터 ‘뽀로로’ [사진 중앙포토]

중국 어린이들은 만화 '시양양(喜羊羊)'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한국 어린이들의 인기 캐릭터 '뽀로로', 미국 '미키마우스', 일본 '헬로키티'에 버금가는 인기를 얻고 있다. 게다가 현재 중국은 캐릭터 왕국이라고 불릴 만큼 수많은 애니메이션이 쏟아지고 있다. 사실 90년대만 해도 미국·일본 애니메이션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수준이 낮았다.

2000년대 들어 상황이 달라진다. 중국 정부가 나서서 각종 보조금과 세금 감면 혜택을 내걸고, 애니메이션 산업 육성에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 2000과 2001년 애니메이션 TV 시청 수요가 가장 많은 17~21시 사이, 중국산 애니메이션만 방영하게 하는 ‘산업 보호제도’를 실시했다. 12차 5개년 기간 들어서는 제작사에 세금 우대 정책을 펼치고, 타 산업과의 융합도 적극적으로 장려했다.

중국 애니메이션 산업 규모 추이 [자료 하나금융투자]

중국 애니메이션 산업 규모 추이 [자료 하나금융투자]

중국 애니메이션 산업,
미디어 산업과 함께 고성장 中  

덕분에 중국 애니메이션 산업은 빠르게 커갔다. 2014년 중국 애니메이션 산업은 1000억 위안(16조4000억원)에 달했고, 이후에도 매년 20%씩 성장했다. TV 방영 위주던 중국 애니메이션 산업도 영화, 온라인 플랫폼으로까지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다. 더불어 캐릭터 시장도 커지면서 애니메이션 자체보다 몇 배 이상 벌어들이기도 한다. 최근 중국 애니메이션 업체는 온라인 판매 채널을 확보하는 한편 국내외 캐릭터 판권을 사들이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캐릭터의 힘, 즉 지적재산권이 지닌 힘을 깨닫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애니메이션 캐릭터는 중국 문화·영상·음악·게임과 결합하면서 문화 산업의 신성장 동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알파엔터 소속 캐릭터와 시양양 [사진 알파엔터]

알파엔터 소속 캐릭터와 시양양 [사진 알파엔터]

애니메이션의 최대 수요자
중국 유아 시장도 앞으로 5년간 성장

갈수록 늘고 있는 중국 유·아동도 애니메이션 산업을 키우는 데 한몫하고 있다. 애니메이션의 최고 수요자가 바로 유아동이기 때문이다. 중국 유아 시장은 2015년 기준으로 1조9000억 위안(311조원)에서 2020년엔 최소 4조 위안(65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1년 전체 예산인 400조원보다 1.6배나 더 큰 규모다. 게다가 중국 정부가 지난해 ‘두 자녀 낳기’를 공식적으로 허용하면서 유·아동도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실제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에서 앞으로 5년간 매년 500∼600만 명의 신생아가 태어난다. 시장이 주목하는 점은 출산을 앞둔 부부들의 소비 패턴이다. 1980∼1990년대 출생인 이들은 육아 관련 소비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최근 시장에서 아동용 캐릭터 상품, 만화/애니메이션, 교육 등 관련된 상품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중국 최대 UGC(User Generated Contents, 이용자 제작 콘텐츠) 업체 ‘요우야오치’ [사진 알파엔터]

중국 최대 UGC(User Generated Contents, 이용자 제작 콘텐츠) 업체 ‘요우야오치’ [사진 알파엔터]

특히 중국 유아동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막강한 캐릭터 '시양양'을 가진 알파엔터(奥飞娱乐)가 뜨고 있다. 1993년 설립된 중국 최대의 애니메이션 완구 업체로 만화영화 제작과 배급, 어린이용 완구·책자 제작이 주요 사업이다. 중국산 장난감 시장을 주름잡는 '아울디(AULDEY)'부터 애니메이션 시장 최고 인기를 구가하는 시양양, 갑옷용사(铠甲勇士), 바라라 꼬마마술선녀(巴拉拉小魔仙), 해피베이비(开心宝贝) 모두가 알파엔터 소유다.

애니메이션 파생상품 전체 애니메이션 성장률을 상회 [자료 WIND]

애니메이션 파생상품 전체 애니메이션 성장률을 상회 [자료 WIND]

캐릭터를 활용한 파생산업도 빠르게 크고 있다. 파생상품 주요 내용은 캐릭터 장난감, 게임, 지적재산권 수수료 등이다. 지난해 애니메이션 산업도 15%나 성장했지만, 캐릭터 파생상품 분야는 20%나 성장하는 기염을 토했다. 알파엔터 매출도 궤를 같이한다. 애니메이션이 차지하는 비중은 16%인 반면 파생상품 매출은 전체 매출의 약 75%나 됐다.

중국 애니메이션 산업 규모 추이 [자료 하나금융투자]

중국 애니메이션 산업 규모 추이 [자료 하나금융투자]

알파엔터, 앞으로 얼마나 더 성장할까.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회사 ‘디즈니’를 보자. 디즈니 전체 매출에서 애니메이션(동영상, 엔터)이 차지하는 비중이 15%다. 하지만 테마파크 캐릭터 상품 등 파생상품이 전체 매출의 42%나 차지하고 있다. 지적재산권 자체가 엄청난 성장 동력인 셈이다.

알파엔터도 디즈니가 구사했던 인수합병(M&A) 전략을 고스란히 벤치마킹하고 있다.  디즈니는 영화 '스타워즈'를 만든 루카스필름 등 영화사를 인수하는 것을 물론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2006년), 마블엔터테인먼트(2009년) 등 애니메이션 업체를 사들였다. 물론 이들이 가진 캐릭터 판권까지 모조리 가져왔다. 알파엔터도 공격적인 인수합병에 나섰다. 덕분에 중국 시장에선 “디즈니가 18년 동안 추진한 일을 6년 만에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디즈니 매출구조 [자료 디즈니 연간보고서]

지난해 디즈니 매출구조 [자료 디즈니 연간보고서]

알파엔터, 지적재산권 가치 확대에 주력
중국 최대 UGC업체도 인수

알파엔터의 경영실적은 어떨까. 2015년 매출은 25억9000만 위안(4300억원)으로 매년 10% 가까이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매출은 벌써 전년도 전체 매출의 60%에 달하는 15억2000만 위안을 거뒀다. 역시 캐릭터 장난감 매출이 크게 기여했다.

한편 2015년 알파엔터가 인수한 한 기업 때문에도 큰 주목을 받았다. 인수기업은 중국 최대 UGC(User Generated Content, 사용자 생성 콘텐츠) 사이트인 ‘요우야오치(有妖气)’다. 요우야오치는 사용자들이 직접 콘텐츠를 생산해내는 사실상 ‘개인 지적재산권 창고’다.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인 '텐센트'가 운영하는 UGC 페이지보다 이용자가 많다.

UGC와 PGC 유형 비교. 최근엔 개인 제작자들이 만든 콘텐트가 뜨면서 UGC 형태의 사이트에 사람이 몰리고 있다. [자료 셔터스톡]

UGC와 PGC 유형 비교. 최근엔 개인 제작자들이 만든 콘텐트가 뜨면서 UGC 형태의 사이트에 사람이 몰리고 있다. [자료 셔터스톡]

요우야오치를 인수 목적 역시 지적재산권 경쟁에서 이기기 위함이다. 한국에서도 웹툰 같은 사용자 참여 콘텐트들이 영화 제작 등 상품화되는 경우가 흔하다. 알파엔터도 ‘애니메이션-영화-게임’으로 가는 콘텐트 제작 흐름 추세에서 캐릭터 등 고유 지적재산권을 제작 초기부터 선점하겠다는 전략이 담겨 있다.

알파엔터가 요우야오치를 인수하고 흑자전환에도 성공했다.  UGC를 이용하면서 비용을 지불하겠다는 '유료 사용자'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알파엔터는 요우야오치에서 나오는 지적재산권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전력이다. 미국 디즈니사의 전략을 철저히 따르고 있는 '알파엔터', 몇 년 후 이들은 또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 있을까?

글=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 조용준
정리=차이나랩 김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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