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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처벌 강화해야 산불 재앙 막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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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대형 산불은 비슷한 패턴을 밟아 왔다. 봄철 건조한 날씨와 강풍이라는 자연적 요인과 함께 사람의 부주의와 정부∙지방자치단체의 안일한 대응이라는 인위적 요인이 결합해 재앙을 불러왔다. 지난 6일 강원도 강릉과 삼척, 경북 상주에서 발생한 산불도 이러한 패턴을 벗어나지 않았다. 100㏊가 넘는 울창했던 산림이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해버렸다. 민가 30여 채를 집어삼켜 300여 명이 삶의 터전을 잃어버렸다. 이재민 구호와 피해 복구를 최우선으로 하면서 더 이상의 악순환을 막기 위해 근본적 원인도 철저히 따져야 한다.

봄철은 산불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계절이다. 사상 최악의 산불로 기록된 2000년 동해안 산불, '천년고찰' 낙산사를 폐허로 남긴 2005년 강원도 양양 산불도 봄철에 발생했다. 산불이 났을 때 바람이 불면 확산 속도가 26배 이상 빨라진다고 한다. 이처럼 자연적 요인이 크지만 연례행사처럼 사전에 예견되고 반복되는 일이라면 우리의 노력에 따라 산불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행정기관의 느슨한 자세는 빠지지 않는 고질병이 되다시피 했다. 이번에도 재난 안전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기상청·한국도로공사 등은 국민안전처에 재난 문자 발송을 요청하지 않았다. 국민안전처는 "관련 기관의 요청이 없어 문자를 발송하지 않았다"며 '네 탓' 공방만 하고 있다니 답답하다.

가장 큰 문제는 인재(人災)라는 점이다. 강릉과 삼척, 상주 3개 지역의 산불은 모두 입산자의 실화 또는 논두렁 소각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실수'라고 너그럽게 봐주는 온정주의가 대형 산불을 만드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볼 때다. 불이 날 수 있음을 뻔히 알면서 라이터 등 인화물질을 가져가거나 마른 나뭇잎을 곁에 두고 불을 피우는 행위는 미필적 고의(未必的 故意)에 해당할 수 있다. 산불의 원인 제공자와 부적절한 대응에 대해 가혹하게 처벌해야 사전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불탄 생태계가 완전히 복원되기까지는 100년 이상이 걸린다. 예고 없는 재앙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