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 신세대 wedding 트렌드…사랑을 고르듯 콕 집어 올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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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사젠 제공=웨딩21 [사진=김성룡 기자]

# 명품을 잡아라 vs 거품을 걷어라

한마디로 '양극화'분위기가 뚜렷해졌다. 연예인을 비롯한 고소득층의 결혼식은 끝 간 데 없이 화려해지고 있지만, 상당수 중산층은 겉치레식 거품을 줄여 집을 얻는 데 힘을 모은다. 우송정보대 웨딩이벤트학과 김수경 교수는 "보석까지 달린 억대 명품 드레스를 입는 계층과 결혼식장으로 동창회관 등을 활용하며 신랑 예물반지에 다이아몬드 대신 큐빅을 사용하는 실속파가 공존하고 있다"며 "보통의 중산층들은 한번 써서 없어지는 항목의 경비는 줄이려고 한다"고 밝혔다.

결혼 비용 거품을 빼기 위한 정보 교환도 활발하다. 웨프(www.wef.co.kr).마이클럽(www.miclub.com) 등 인터넷 커뮤니티가 그 장이다. 웨프의 경우 1년6개월 만에 회원 수 30만 명을 돌파했다. 예비 신랑.신부들은 이런 사이트에서 불만사항.피해사례를 포함한 업체 정보를 얻고 가격대를 비교하는 데 익숙해지고 있다. 비용 절감을 위해서는 웨딩플래너를 활용하기도 한다. 이화여대 평생교육원 웨딩플래너 전문가과정 신경섭 주임교수는 "요즘 신부들의 절반 정도는 웨딩플래너의 컨설팅을 받으면서 결혼 준비를 한다"며 "여러 명의 웨딩플래너와 상담하면서 가격 비교를 해보는 신부가 많다"고 말했다.

반면 고소득층 유학파들의 결혼식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명품으로 휘감는 건 기본. 특급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리면서 식장을 장식하기 위해 나무를 가져와 심고, 천편일률적인 연회장 의자 대신 외국에서 공수해 온 의자를 사용할 정도다.

양극화 현상은 사회계층 간 차이에 그치지 않는다. 한 커플의 결혼절차 속에서도 양극화가 나타난다. 가지가지 구색 맞추기식 대신 '힘 주고 싶은 데 힘 준다'는 것. 하나를 최고급으로 하면서 다른 건 체면 따지지 않고 실속형으로 한다.

.반지 하나에 건 자존심=신부 예물에서 네 세트니, 다섯 세트니 하는 세트 개수는 이제 중요하지 않다. 대신 다이아몬드 반지 하나에 자존심을 건다. 다이아몬드 크기를 따지기보다 브랜드를 중시하는 게 새로운 트렌드. 명품 다미아니와 까르띠에.티파니 등이 인기다. 웨딩플래너 최경숙씨는 "요즘 신부들은 1000만원을 들여 일반 금은방에서 예물 서너 세트를 하기보다는 명품 브랜드 3부 다이아몬드 반지 하나를 받고 싶어한다"고 밝혔다.

.반지 대신 명품시계=신랑 예물에서도 넥타이핀이나 커프스버튼은 목록에서 빠졌다. 한복에 금단추를 다는 것도 옛말. 다이아몬드를 박은 결혼반지도 사라지는 추세다. 대신 롤렉스.불가리 등 명품시계 선호도는 높아졌다.

.신혼여행에 '올인'=지난해 가을 결혼한 회사원 김연주(30)씨는 그리스 산토리니섬으로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비용은 7박8일에 800만원 정도 들었다. 대신 결혼반지는 이니셜을 새긴 플래티늄 커플링으로 대체했다. "예물이나 혼수는 나중에 얼마든지 살 수 있지만 신혼여행을 딱 한 번뿐이란 생각에서"가 김씨의 설명이다.

# 나도 연예인처럼

웨딩드레스나 신혼여행지를 결정하는 데 연예인의 영향은 결정적이다. 2003년 탤런트 채림이 화관을 쓰고 결혼식을 한 뒤 신부들이 얼굴형 가리지 않고 화관을 쓰겠다는 바람에 드레스숍에서 곤혹을 치렀다.

또 지난해 탤런트 김남주.조은숙 등이 입었던 베라왕 드레스는 '짝퉁'까지 판을 칠 정도로 인기다. 특히 어깨를 드러내는 '톱(Top) 드레스'는 대세로 굳어졌다. 지난해 결혼한 심은하.한가인.김원희 등이 줄줄이 톱 드레스를 입은 데 따른 영향이다.

웨딩전문잡지 '웨딩21' 이경희 편집장은 "대신 스커트에 다양하게 가공한 공단.레이스.망사 등을 '믹스 앤 매치'하고 프릴과 러프 등의 장식을 사용해 볼륨감을 강조하며 화려하게 만드는 게 추세"라고 밝혔다.

글=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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