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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사드 보복, 롯데 ‘저주’인가 ‘축복’인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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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이 지난 26일 새벽 경북 성주 롯데골프장에 사드를 전격 배치했다. 중국의 보복은 누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까? 롯데를 중심으로 풀어봤다.

[자료: 중앙포토]

[자료: 중앙포토]

중국의 사드 보복,
롯데에겐 어떤 의미일까?

롯데의 중국 시장 상황부터 따져보자. 사실 사드 보복 이전부터 롯데의 중국 사업은 삐거덕거리고 있었다. 실적을 따져봐도 롯데의 중국 유통시장 공략은 사실상 실패다.

‘갑질’ 롯데, 중국 시장에서 고전해 #‘을질’ 필요한 중국 시장에서 ‘적자’ 행진 #사드 보복, 롯데엔 되레 ‘축복’일 수도 #이번 계기로 중국 현지 눈높이 경영해야

왜일까?

롯데의 중국 시장 진출 초기부터 '실패'를 점쳤던 사람이 많았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첫째, 중국 유통시장에서 중국 기업과 글로벌 유통기업인 까르푸나 월마트보다 차별화된 경쟁력이 없다는 것. 둘째는 롯데의 기업문화가 선진적이지 못하다는 점이었다. 특히 롯데의 '갑질' 경영은 심각한 문제였다. 롯데가 중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주요한 이유이기도 했다.

지난 1월 4일 오후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민관 합동 소방재난 대응훈련’이 진행된 가운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월드타워 방재센터를 찾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지난 1월 4일 오후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민관 합동 소방재난 대응훈련’이 진행된 가운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월드타워 방재센터를 찾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갑질'에 익숙한 롯데,
'을질' 필요한 중국 시장에서 '적자'

롯데의 이런 기업문화는 중국 시장 상황과는 너무도 맞지 않았다. 롯데는 중국 협력업체에 '을'이다. 아니 '병' 정도라고 해야 맞을지 모르겠다. '을질'도 분명 전문 경영이지만, '갑질 문화'에 익숙한 롯데는 '을질경영'을 인지하지도 못했다. 롯데가 한국에서 '갑질 문화'에 젖은 탓이었다. 한국 유통시장을 장악한 롯데는 수많은 협력업체를 '을'로 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의 중국 시장 침투력은 점점 약해졌다. 수년간 적자를 보는 상황에서 내부에서 시장 철수 얘기도 공공연히 나돌았다.

수년간 적자를 본다면 제아무리 튼튼한 기업이라도 버틸 재간이 없다. 중국 내 사업,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지난해만 해도 수년간 쌓인 영업·투자 손실이 드러났고, 구조조정이 여의치 않은 일부 사업은 아예 접어야 했다. 하지만 중국 시장은 투자하러 들어가는 건 쉬워도 탈출(Exit)은 어렵다. 중국 사람과 결혼하기도 어렵지만 이혼하기는 더 어렵다는 얘기다.

롯데 본사 건물 [사진: 중앙포토]

롯데 본사 건물 [사진: 중앙포토]

사드 보복, 롯데엔 되레 '축복'?

이처럼 '진퇴양난' 상황이었던 롯데, 갑자기 '서광'이 비쳤다. 롯데로 향한 '사드 보복'이란 화살이 덕분이다. 보복이 '서광'이다? 고개가 갸우뚱해질 수 있겠지만, 여기엔 이유가 있다.

지난달 13일 중국 베이징에서 한 여성이 영업정지된 롯데마트를 배경으로 셀카를 찍고 있다. 중국 당국은 지난달 초 중국 내 롯데마트 점포 60여 개에 소방규정 위반을 이유로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사진: 중앙포토]

지난달 13일 중국 베이징에서 한 여성이 영업정지된 롯데마트를 배경으로 셀카를 찍고 있다. 중국 당국은 지난달 초 중국 내 롯데마트 점포 60여 개에 소방규정 위반을 이유로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사진: 중앙포토]

우선 중국 정부가 롯데에게 구조조정할 시간을 벌어준 꼴이 됐다. '울고 싶은 아이에게 뺨쳐 준'격이다. 다음으로 '측은지심'이다. 한국 시장에서 찍혔던 부정적인 '낙인'을 지울 수 있는 때다. 그동안 롯데는 한국 기업인지, 일본 기업인지 모를 국적 불명의 회사로 의심을 받아왔다. 그뿐이랴. 상속 문제로 형제 부모 간에 법적고소 사건이 얽히면서 롯데는 부도덕하고 비윤리적인 기업의 대명사가 됐다. 하지만 사드 보복에 처한 롯데 문제가 연일 보도되자 한국 내 여론도 차츰 변하고 있다.

한국 소비자들 마음속 "롯데 제품을 좀 사줘야 하는 거 아니야?"라는 '감성'을 일깨웠다. 당장 롯데가 수조원을 들여 광고나 마케팅을 해도 얻기 힘든 효과다. 한국에서 애국 기업이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은 셈이다. 중국 시장을 향한 구애도 멈추지 않았다. 얼마 전 신동빈 회장은 "우리는 중국을 사랑한다, 중국에서 떠날 생각이 없다"고 대외적으로 선언하기까지 했다. 중국인에게 롯데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는 근거는 만들어놨다.

사드 파고 넘으려면
'을'이 돼 중국 현지 눈높이 경영해야

서울 태평로에 위치한 한 편의점에 붙인 롯데의 홍보문구 [사진: 차이나랩]

서울 태평로에 위치한 한 편의점에 붙인 롯데의 홍보문구 [사진: 차이나랩]

중국에서 영업정지 당한 한 롯데마트는 '우리는 이해한다. 그래서 기다린다! (因为理解, 所以等待)'라는 간판까지 내걸었다. '갑질'에 젖어 있던 롯데, 드디어 '을'이 돼 중국 현지 눈높이 경영을 실천하고 있었다. 중국정부와 중국 소비자, 중국 협력업체를 모시는 영업, 이제야 제대로 체득한 것 같다.

다른 한국 기업도 마찬가지다. 사드 파고를 넘으려면 중국 소비자와 협력업체를 갑으로 모실 줄 아는 '을질경영'부터 실행에 옮겨라!

글=김용준 성균관대학교 중국대학원 원장
정리=차이나랩 김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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