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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미용 시술' 몰랐다"던 안종범의 발목 잡은 가족 카톡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1일 열린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뇌물 혐의 관련 재판에서 안 전 수석 가족의 카카오톡 대화가 증거로 공개됐다.

안 전 수석 부부가 김영재 의원에서 무료 미용시술과 명품가방 등을 받은 증거가 안 전 수석의 휴대폰 속 문자‧카카오톡 대화‧사진 등을 통해 드러났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김성룡 기자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김성룡 기자

안 전 수석의 부인 채모씨는 특검팀 조사과정에서 “박채윤씨의 권유로 김영재 의원에서 미용시술을 받게됐지만 남편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한 진술했지만 법정에서 공개된 증거는 이에 부합하지 않았다.

안 전 수석의 휴대폰에 저장된 가족들의 단체 카카오톡 대화 내역에는 채씨가 자신의 시술 후 사진을 가족들과의 대화방에 올린 것이다.

특검팀이 공개한 대화 내용에 따르면 가족들이 채씨의 시술에 관심을 보이며 “엄마 더 이뻐지면 너무 이뻐져서 큰일나요(딸)”“시술 하긴 했어요?(안 전 수석)”고 하자 채씨가 “넵”하고 대답한다. “셀카 보내봐요(안 전 수석)”라는 말에 채씨는 “으이그 화장 하나도 안 한 한 민낯을 찍어 보내라는 남편…”이라면서도 사진을 전송했고, 이어 “우와 이쁜 엄마다(딸)” 등의 반응이 이어진다.

채씨는 또 자신은 시술을 받았지만 안 전 수석에 대해서는 “(시술 받으러)갈 사람이 100% 아니다”며 부인했지만 안 전 수석의 시술 전‧후 사진도 증거로 제시됐다.

특검팀 호승진 검사는 채씨가 자신과 관련된 사실 관계는 인정하면서도 남편 안 전 수석과 관련한 것은 부인하는 이유에 대해 “(채씨가) 거짓말을 잘 하는 사람은 아니었는데, 남편을 보호하려는 생각이 강해서 그런지 남편한테 가려는 건 다 차단하려는구나 하고 느꼈다”고 말했다.

호 검사는 이날 재판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충격받은 자료”라면서 안 전 수석의 휴대폰 어플리케이션에서 나온 ‘연좌제 인사’ 관련 문건도 화면에 띄워 공개했다. 공개된 문건은 공무원들의 직책‧이름과 인사조치 내용‧사유가 적혀 있는 서류다.

인사조치 대상자 중에는 이현주 대원어드바이저리 컨설팅 대표의 남편도 있었다. 이 대표는 김영재 의원의 중동 진출을 도우라는 청와대 지시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의견을 냈다가 정부로부터 세무조사 등 보복성 조치를 당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호 검사는 ‘기획재정부 재정건전성관리과장 이00: 이현주 대원어드바이저리 대표 남편으로 타부처 발령 조치 필요’라고 적힌 부분을 보이며 “대한민국에서 특정인 남편이라는 이유로 타부처 발령 받은 내용이 정부 고위 공직자 휴대폰에서 발견된 충격적 사안”이라고 말했다.

특검팀은 해당 문건에 대해 관련자들이 조사 과정에서 진술한 내용도 함께 공개했다. 안 전 수석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보건복지부와 관련해 인사상 문제가 있다고 해 자체 감사를 하라고 한 것 같은데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고, 안 전 수석의 보좌관이었던 김건훈 행정관은 “안 전 수석이 손으로 쓴 메모를 줘서 내가 워드로 작성했다”고 했다.

이현주 대표는 “최상목 당시 경제금융비서관이 남편에게 ‘네 탓이 아니고 네 와이프 때문이다. 대통령이 대노하셨다’고 했다. 언제까지 당해야 하냐고 묻자 ‘너네 끝나려면 아직 멀었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이 대표는 “연좌제는 헌법 위반이 아니겠나. 사건 전모를 밝혀 달라”고 특검팀에 부탁했다.

이날 재판 시작에 앞서 안 전 수석은 특검팀으로부터 협박과 회유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특검팀 관계자가 “삼성 합병 개입에 대해 자백하고 업무수첩 39권에 대해 동의하는 진술을 하라”면서 “가족의 개인적 문제를 파헤치겠다”“기소 자체를 하지 않겠다” 등의 말을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특검팀 호승진 검사는 “특검팀의 명예를 걸고 확인한 결과 삼성 관련해 물은 적이 없고, 이 사건은 삼성과 관련도 없다”면서 “피고인이 그동안 사익을 추구한 적 없다고 주장해 왔는데 이 사건으로 그 근거가 무너질까봐 수사 의도와 내용을 부인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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