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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아 옛날이여'…미분양 한달새 65% 급증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제주 주택시장은 후끈 달아올랐다. 신규 분양시장에선 평균 청약경쟁률이 수백 대 일에 달하는 단지가 잇따랐다. 지난해 11월 제주시 도남동 '해모로 리치힐'은 평균 130대 1, 최고 212대 1이었다.

올해 분양 10곳 모두 미달 #미분양 관리지역 지정 #집값 오름세 크게 둔화 #중국인 투자자 급감 영향 #당분간 숨고르기 전망

아파트값도 지난해 1년간 7% 넘게 올라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제2공항 건설 등 각종 개발 호재와 인구 급증, 느슨한 청약 규제 등이 맞물리며 실수요 뿐 아니라 투자수요가 늘어난 결과다.

하지만 올해 들어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 청약 미달 단지가 늘고 미분양 주택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청약시장에 찬바람이 불면서 집값 상승세도 꺾이는 모습이다.

제주도 주택 밀집지역. [중앙포토]

제주도 주택 밀집지역. [중앙포토]

1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제주에서 분양한 10개 단지 모두 순위 내 청약접수에서 미달됐다. 지난달 제주시 조천읍에 나온 '제주 함덕 해밀타운'은 56가구 모집에 28명만 청약했고, 3월 말 나온 '제주 일이삼타운'(46가구)에는 청약자가 한 명도 없었다. 모두 주택수요층이 두터운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이었는데도 별 관심을 끌지 못했다.

미분양 주택도 3개월 연속 증가세다. 지난 3월 말 기준 735가구로 한 달 전보다 64.8%(289가구) 급증했다. 지난해 12월(271가구)의 2배가 훨씬 넘는다.

이 때문에 제주는 최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지정됐다. 김성오 HUG 도시정비심사팀장은 "미분양이 많아 공급물량을 줄여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 건설사 등이 제주에서 분양에 필요한 분양보증을 받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 주택 거래량도 줄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분기(1~3월) 매매된 제주 주택은 2933가구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보다 17.8% 줄었고 지난 5년 평균(2012~2016년)에 비해선 6.5% 적다.

가격 상승세 역시 둔화했다. 한국감정원은 1분기 제주 아파트값이 0.49% 오른 것으로 집계했다. 지난해 1분기 상승률은 5.02%이었다. 제주시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올 들어 집주인이 내놓는 매물은 많은데 집을 사려는 수요자가 뜸해졌다"고 말했다.

제주 주택시장의 열기가 빠진 데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논란 등으로 중국인 투자자가 급감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콘텐츠본부장은 "제주 부동산 투자의 큰손이던 중국인 투자수요가 줄어든 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여기엔 제주도 내에서 중국 자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된 것도 한몫했다.

제주 부동산 시장의 '중국 특수' 기대가 꺾이면서 국내 수요도 크게 줄었다.

단기 급등한 집값도 부담 요소다. 제주 아파트값은 3년 새 26%(감정원 조사) 올랐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값 상승률(7.3%)의 세 배가 넘는다. 제주시 '노형2차 아이파크' 전용 115㎡는 2012년 분양 당시 4억원 선이었지만, 지금은 두 배가 넘는 9억5000만원에 팔리고 있다. 3.3㎡당 2200만원대에 달한다.

강여정 한국감정원 주택통계부장은 "투자 수요 유입으로 가파르게 오르던 제주 집값이 최근 고점에 달했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제주 주택시장이 당분간 숨고르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한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중국 관광객 감소 등 악재로 인해 미분양 물량이 늘고 집값 상승폭은 확연히 줄어들 것"이라며 "부동산 투자에 신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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