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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언론이 꼽은 한국 대선의 숨은 변수는?

중앙일보

입력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일본에 더욱 중요한 것은 오히려 한국 대선의 행방이다.”
최근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에 실린 칼럼의 도입 문장이다.
그만큼 일본 언론들은 한국 대선에 관심이 크다.
최근 일본 주요 언론들은 르포 형태로 한국 대선을 조망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일본 언론이 바라본 한국 대선의 숨은 변수도 담겼다.

취업난·교육열·고령화…표심 공략 대상 #공시생 "공무원 채용 늘린다는 文 뽑겠다" #월급 태반 사교육…정유라 사건에 자괴감 #노인 자살률 1위…너도 나도 노인 공약 #사드 보복에 경기 침체…"안보상 필요" #

서울 노량진 학원가. [중앙포토] 

서울 노량진 학원가. [중앙포토]

아사히 신문은 1일 지면에서 “저성장 시대에 돌입한 한국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인 취업난·교육열·고령화”에 주목했다.
먼저 아사히는 서울 노량진 고시학원가에 모여있는 청년들이 왜 경쟁률 46 대 1의 공무원시험에 목을 매고 있는지, 이 같은 심각한 취업난이 이번 대선에 미칠 영향도 짚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대우 격차, 특히 2배 이상의 임금 격차가 청년들의 희망을 꺾고 있다는 분석이다.
청년들은 고임금의 삼성·현대 등 대기업 정규직 사원이 되기를 갈망하지만, 비집고 들어가기엔 너무도 좁은 문이다.
대기업 종업원은 190만 명으로 중소기업 종원업 1400만 명의 13.6%에 그친다.
급여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안정된 일자리인 공무원시험에 청년들이 몰리는 이유다.
또 자신이 어떤 수저를 쥐고 태어났는지, 어떤 대학을 나왔는지 등 채용 과정에서 배경을 따지지 않는다는 점도 공무원 학원시장을 키운 요소다.
다니던 중소기업에 사표를 내고 노량진 학원으로 향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아사히는 “노량진 학원가에선 공무원 채용 증가를 공약으로 내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기대를 거는 청년들이 상당히 많다”고 전했다.

지난 2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서울 노량진의 한 고시학원을 방문해 공공일자리 확대 의사를 밝혔다. [중앙포토]

지난 2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서울 노량진의 한 고시학원을 방문해 공공일자리 확대 의사를 밝혔다. [중앙포토]

지난해 청년실업률은 2000년 이후 최악인 9.8%(15~29세)에 달했다.
대학 진학률이 70%를 넘는 한국사회에서 취업난은 교육열을 가속화시키는 동력이기도 하다.
‘더 나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선 ‘더 좋은 대학’에 들어가야 한다는 논리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이화여대 부정입학 의혹 사건이 터지면서 민심을 크게 자극했다.

정유라의 이화여대 부정 입학 의혹 사건은 수험생과 학부모를 크게 자극했다. [중앙포토] 

정유라의 이화여대 부정 입학 의혹 사건은 수험생과 학부모를 크게 자극했다. [중앙포토]

“노력해도 안 된다”는 절망감이 학부모와 수험생 사이에 급속히 확산된 것이다.
특히 급여의 상당액을 사교육에 들였던 학부모들의 자괴감이 컸다.
아사히는 “(유력 후보인)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나 문재인 후보가 모두 수험경쟁 완화 정책을 내세운 배경”이라고 평가했다.

지난달 11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가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사립유치원 교육자대회에 참석해 축사를 했다. 박종근 기자

지난달 11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가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사립유치원 교육자대회에 참석해 축사를 했다. 박종근 기자

“만 65세 이상 노인 중 60%가 연금이 없다. 노인 자살률은 10만 명 당 55.5명으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1등이다.”
초고령화 국가 일본보다 더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 중인 한국의 현실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노인의 절반 이상이 노후 준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다.
취업을 희망하는 노인은 60% 이상인 반면, 고용률은 30%에 그친다.
이번 선거에서 각 후보들은 경쟁하듯 기초연금액 인상 등 노인 정책을 내놓았다.
아사히는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해선 어떤 후보도 현실적인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드 배치 문제로 중국 당국이 유커의 한국관광을 제한하자 제주도의 중국인 관광객 대상 상점이 밀집한 바오젠 거리가 한산해졌다. [사진 차이나랩]

사드 배치 문제로 중국 당국이 유커의 한국관광을 제한하자 제주도의 중국인 관광객 대상 상점이 밀집한 바오젠 거리가 한산해졌다. [사진 차이나랩]

닛케이는 제주도 르포를 통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가 대중 관계에 미친 악영향이 표심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이날 전했다.
중국의 보복성 조치로 제주도를 비롯한 관광산업이 큰 타격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외로 중국의 경제보복과 관계없이 안보 우선을 바라는 국민이 많다는 사실도 닛케이는 지적했다.
제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경숙(58) 씨는 “제주는 이대로도 좋다. 사드는 안전보장에 필요하다”고 말했다.
닛케이는 “문재인·안철수 두 유력 후보가 중국의 보복 대응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것은 이 같은 유권자들의 복잡한 심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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