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대책 일관성 있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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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언제까지나 증시를 반복되는 규제와 부양방식으로 이끌고 나갈 것인가.
올해 들어 정부에서 취한 증시대책들을 보면 정책의 미숙함이 여실히 드러나 보인다. 증시가 좀 달아오르거나 식거나 하면 어김없이 대중적인 규제 또는 부양조치가 나온다. 이제 투자가들도 웬만하면 『이때쯤이면 무슨 대책이 나오겠구나』 짐작하기 어렵지 않게 되었다. 한마디로 정부의 증시대책은 투기조장적인 것이라고 비난해도 할 말이 없을 지경이 됐다.
투자가들이 정부의 정책 「타이밍」 을 훤히 꿰뚫어 볼만큼 되었으니 증시대책을 적절히 이용하여 투기가 안 일어날 수 없고 이 때문에 주가의 급등락이 일어나 또다른 증시대책을 서두르지 않으면 안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증시부양을 위한 「11·18증시안정대책」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10월26일 주가지수가 사상최고인517.15를 기록한 이후 세계주식 폭락강세, 정국에 대한 불안심리, 증시주변 자금난 등 요인 때문에 20여일 만에 지수가 7O포인트나 크게 떨어져 종전 예에 비추어 부양책이 예견되었다.
부양대책이 나오기 하루 전에는 투자가들의 집단시위 속에 증권회사들이 정책당국에 몰려갈 정도였으니 어떤 대책이 나올 것인가는 불문가지였다. 아니나 다를까 예상대로 올해 들어 취한 규제조치를 전면 해제한 것은 물론 증시를 강력히 부양키로 정책이 급선회했다.
이번 증시안정대책은 정치적 고려에서 선심을 쓴 흔적도 엿보인다. 최근 증시가 급랭, 투자가들 특히 소액투자가들의 보호를 위해 안정대책이 필요한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이미 큰손들은 큰바람을 일으켜 머니게임 끝에 한몫 챙겨 증시를 이탈한 후여서 주가가 더 밀리면 선거철 정부·여당에 어떤 부담이 될 것인지 계산해야 되는 입장 또한 이해가 간다.
그러나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도 70%나 올랐을 뿐만 아니라 년 초의 장세가 이상과열이었지 현 주가 수준이 밑바닥이어서 강력한 부양책이 화급한지는 논의의 여지가 많다.
어쨌든 합리적이고 보다 유기적인 경제정책의 결여와 단세포적인 증시정책 때문에 증시는 올해 크게 동요한 것이다.
규제대책이나 부양책이 기관투자가들에게 지나치게 의존적이라는데도 문제가 있다.
물론 기관투자가들의 증시안정을 위한 기능과 기여도를 과소평가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장기적 안목에서 증시안정은 소액투자가들의 저변확대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을 소홀히 하고 있다.
증시안정은 실물경제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당장 넘치는 유동성이 부동산 등 실물투기 쪽으로 흘러 안정을 해칠 우겨가 있기 때문에 절대 필요하다.
그러나 증시안정은 직접 규제방식이나 부양책과 같은 인위적인 안정기도보다는 증시 자율성제고로 이루어져야 한다. 꼭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면 간접규제방식을 넘어서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건전한 장기투자를 유도하고 투기적 요소를 배제하여 증시의 안정적 발전을 기할 수 있는 것이다.
자본시장에 대한 지나친 정부규제, 간섭은 시장기능을 왜곡시켜 시장자체의 안정을 저해하게 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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