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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대선 주자들, 소수자 인권 존중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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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지향성은 찬성 또는 반대할 일이 아닙니다."
27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연 긴급 브리핑에서 안석모 인권위 사무총장은 이렇게 강조했다. 인권위는 최근 대선 토론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동성애·동성혼 문제와 관련해 '포괄적 차별 금지법' 제정을 차기 정부에 권고했다.

성적 취향이나 장애, 출신지역 등을 이유로 차별하는 것을 금지한 포괄절 차별 금지법은 지난 17~19대 국회에서도 추진됐지만 번번이 입법이 무산됐다. 안 사무총장은 "소수계층이 존중받고 인간으로 존엄과 가치를 누릴 수 있도록 대선 후보자들이 함께 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군대 내 성소수자 색출 문제에 대해서도 "성수소자 군인 역시 동등하게 보호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권위는 이날 차기정부가 추진해야 할 10대 인권과제를 발표했다.

10대 인권과제로는 ▶저출산 고령화에 대응한 인권보장 강화 ▶양극화 해소로 사회통합 및 삶의 질 향상 ▶인권선진국 도약을 위한 인프라 구축 ▶취약계층 인권보장 강화 ▶기업의 인권경영 확대로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발전 구현 ▶4차 산업혁명 과정에서의 노동인권 및 정보인권 보호 강화 ▶자유권적 기본권 보장 강화 ▶인권친화적 병영문화 정착 ▶건강하고 쾌적한 생활을 할 환경권 강화 ▶대화와 국제 공조를 통한 북한인권 개선 추진이다.

인권위는 특히 저출산·고령화 문제와 양극화 문제 해소를 가장 중요한 2대 과제로 선정했다

실제로 지난해 출생 아동은 전년보다 7.3% 감소했고 올해는 지난해보다 신생아 수가 더 줄어들 것이란 추정이 나오고 있다. 안석모 인권위 사무총장은 브리핑에서 "열악한 일자리 상황과 폭등하는 주거비 등이 맞물리면서 현재 한국의 젊은이들은 그 어느 세대의 청년 시기보다 더 힘든 상황에 처해있고 결혼과 출산을 최대한 늦추거나 포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령화에 따른 노인 인권 문제의 심각성 또한 지적했다. 2015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노인의 실질은퇴연령은 평균 72.9세로 회원국 평균보다 7~8년 더 일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한국 노인의 상대빈곤률은 OECD 국가 중 최고인 것이 현실이다. 안 사무총장은 "노년층 절반 가까이가 2개 이상의 질병을 앓으면서도 생존을 위해 비정규 일자리라도 유지해야 하는 열악한 상황이다"고 밝혔다.

안 사무총장은 양극화 문제에 대해서도 "양극화는 이제 구조화 돼 다양한 악순환을 낳고 있다. 무엇보다 교육 및 노동시장 양극화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등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개선, 비정규직·특수고용 노동자 노동권 보장, 공교육 중심의 교육제도 구축 등을 제안했다.

인권위는 설립이후 지금까지 16·17·18대 대통령직인수위에 정부의 주요 인권과제를 제시해왔다. 이번 19대에는 대선 직후 대통령 당선인 측에 10대 인권과제를 전달할 예정이다.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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