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제과 등 4개사 묶어 지주사로 … 실타래 풀린 롯데 지배구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2면

신동빈

신동빈

실타래처럼 복잡했던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는 단순해지고 신동빈 회장의 장악력은 커진다. 26일 롯데가 지주회사인 ‘롯데지주 주식회사’ 출범을 결정하면서 노리는 바다. 이날 롯데쇼핑·롯데제과·롯데칠성음료·롯데푸드 등 롯데그룹 4개 계열사는 이사회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현재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 상장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4개 회사를 묶은 별도의 중간지주회사를 만드는 방법을 택했다.

호텔롯데 상장 어렵자 방향 전환 #투자·사업부문으로 분할 경영 #신동빈 회장 그룹 장악력 강화 예고

이날 이사회 결의에 따르면 4개 회사는 각각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분할한다. 이후 롯데제과를 중심으로 각 투자부문 회사를 합병해 롯데지주 주식회사를 출범시킨다. 오는 8월 29일 열릴 예정인 주주총회에서 승인을 받으면 10월 1일이 분할합병 기일이 된다.

롯데제과를 중심으로 지주회사를 만드는 것은 그룹의 상징성 때문이다. 시가 총액으로만 치면 4개 회사 중 롯데쇼핑이 8조원에 달해 롯데제과(3조원)는 물론 다른 회사보다 압도적이다. 외부평가기관 산정에 따라 롯데쇼핑(1.18), 롯데칠성음료(8.35), 롯데푸드(1.73) 등의 합병 비율이 정해졌다. 롯데 관계자는 “롯데제과를 중심으로 지주회사를 구성하는 것은 그룹의 모태가 제과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분할 방식은 지주회사 전환에 주로 쓰이는 인적분할 방식을 택했다. 인적분할은 기존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신설 법인의 주식을 나눠 갖는 방식이다. 하나의 회사를 주주 비율이 똑같은 2개의 회사로 쪼갠다는 개념이다. 반면 물적 분할은 100% 지분을 소유하는 신설법인, 즉 자회사를 만드는 개념이다. 지주회사 구성으로 복잡한 순환출자고리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롯데는 보고 있다.

롯데는 2015년 416개에 달했던 순환출자 고리를 순차적으로 해소해 현재 67개까지 줄인 상태다. 4개 회사가 계열사 지분을 상호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분할 합병이 완료되면 순환출자 고리가 18개로 줄어든다는 것이 롯데 측의 설명이다. 롯데쇼핑과 롯데제과는 각각 63개, 54개의 순환출자 고리에 간여하고 있다.

롯데가 2015년 경영권 분쟁을 겪으며 처음 내놓은 지배구조 개선 방안은 호텔롯데의 상장이었다. 호텔롯데는 롯데 계열사의 주요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호텔롯데의 최대주주는 일본 롯데(98%)여서 국적 논란과 투명성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상장을 통해 지배구조 개선과 국적논란 불식을 노렸지만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검찰 수사로 무산됐다.

최근에는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호텔롯데의 핵심 사업부인 면세점이 어려워지면서 당분간 상장이 어려운 처지다. 이런 상황에서 중간 지주회사를 우선 만들고 차후 호텔과 화학 등 대표적인 기업들의 지분을 확보한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지주사 출범으로 신동빈 롯데 회장의 그룹 장악력은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SK증권 분석에 따르면 총수 일가가 대부분 현물출자를 한다는 관례로 볼 때 신생 지주회사는 롯데제과·롯데칠성·롯데쇼핑·롯데푸드 등 각 사업회사 지분을 20~50% 보유한 막강한 지주회사가 된다. 현재 신 회장의 각 회사 지분율은 롯데제과 8.78%, 롯데쇼핑 13.46%, 롯데칠성 5.71%, 롯데푸드 1.96%다.

롯데는 투자와 사업의 분리로 경영 효율이 증대되고 기업의 지속가능성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지만 회사 내부의 혼란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새로 만들어지는 롯데지주 주식회사의 역할과 위상 문제다. 롯데 측은 “롯데지주 주식회사가 ▶자회사 경영평가 및 업무지원 ▶브랜드 라이선스 관리 등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며, 롯데월드타워에 소재를 두고 인선작업은 추후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는 지난해 경영쇄신안을 발표하면서 그룹을 유통·식품·화학·호텔 및 기타 등 4개 BU(Business Unit) 체제로 전환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 묶이는 4개 회사는 유통(롯데쇼핑)과 식품(나머지 3개사), 2개 BU에 걸쳐있다. BU와 지주회사의 역할 분담이 다소 모호해질 수 있다. 이에 대해 롯데 관계자는 “인선이나 역할에 대한 논의가 앞으로 천천히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