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중앙일보ㆍJTBCㆍ한국정치학회가 공동주최한 대선후보 TV토론회를 두고는 “오랜만에 정책 검증이 가능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단순히 정책 수단에 대한 이견이나 이념적 차이를 확인했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저성장과 양극화, 저출산, 고령화, 안보 위기 등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공감대와 좋은 공약이라면 다른 후보들의 것이라도 채택하겠다는 ‘협치’의 가능성이 확인 된 것도 수확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①“미세먼지, 외교적으로 해결”
▶안철수(국민의당)=“미세먼지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중국에서 오는 것이다. 지금까지 외교정책이 안보와 경제, 큰 두 축을 중심으로 했다면 환경 이슈도 세 번째 큰 축으로 정상회담을 열고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유승민(바른정당)=“좋은 말씀이다. 한반도를 덮은 미세먼지가 얼마나 중국에서 왔는지, 석탄발전이나 경유차 등 우리 스스로의 책임이 어느 정도인지 한ㆍ중 공동조사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외교적으로 풀어야 한다. 원칙에 동의한다.”
최근 미세먼지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각 캠프별로 이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협력을 약속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도 정권 초 한ㆍ중 정상회담에서 주요 의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동북아 대기질 협력기구 설치를, 유 후보는 한ㆍ중ㆍ일 연합 대기환경 개선기금 마련,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한ㆍ중ㆍ일 환경보호 협정 추진을 각각 공약했다.
②“칼퇴근법, 공약 참 마음에 든다”
근로시간 단축을 공약한 후보들 간에는 유 후보가 내놓은 ‘칼퇴근법’과 ‘돌발노동금지’ 공약이 호평을 받았다. 퇴근 후 최소 11시간 휴식 규정 도입과 근로시간 공시제 도입, 퇴근 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한 업무지시 제한 등을 골자로 한다.
▶유=“안 후보의 (근로시간) 1800시간을 연간 목표로 하는 공약이 좋다고 생각하는데 박근혜 정부 공약과 똑같다. 결국 전혀 못지켰다. 어떻게 근로시간을 단축할건가.”
▶안=“저는 솔직히 유 후보의 칼퇴근 공약 참 마음에 든다. 집권하면 제 공약만 고집하는게 아니라 좋은 공약들을 실천에 옮길 것이다. (그 예로) 칼퇴근 공약을 들고 싶다.”
▶유=“(제 공약인) 돌발노동 금지법은.”
▶안=“그것도 마찬가지다. 합리적이고 좋다.”
▶유=“고맙다”
그러자 심 후보는 “그거 심상정 공약 벤치마킹했다는 얘기가 있다”며 호응했고, 문 후보도 “(공약을)높이 평가한다”고 했다. 홍 후보를 제외하고는 모두 연간 1800시간대로 근로시간을 줄이겠다고 공약했다.
③“비정규직 총량제, 수용할만”
▶유=“비정규직 문제는 지난 10년 간 더 심각해져서 굉장히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 상시·지속적 근로자는 비정규직 채용을 아예 못하게 하고, 업종별ㆍ기업별로 비정규직 총량제를 시행해야 한다. 직접적이고 강력한 대책인데 동의하는가.”
▶문=“동의한다. 수용할만한 공약이다. 차별금지가 규정돼있지만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강제할 법ㆍ제도가 필요하다. 그걸 제가 공약에 넣었다.”
실제 홍 후보를 제외한 네 후보는 상시ㆍ지속적 업무에 정규직을 고용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을 없애야 한다는데 이견이 없다. 문 후보는 비정규직 차별금지법 제정을, 안 후보는 고용 표준제 도입을, 심 후보는 업종별 임금 가이드 설정을 제시했다. 다만 홍 후보는 “노동 유연성을 확보해주면 비정규직이 없어진다”며 비정규직 공약을 따로 내놓지는 않았다.
④사병 월급 인상 한 목소리
국방·안보 분야에서는 진보 정당과 보수 정당 간의 입장 차가 선명했다. 그러나 사병 월급 인상에 대해서는 뜻을 같이 했다.
▶안=“저는 군내에 직업학교를 생각하고 있다. 그 기간에 사병들도 자기 계발 기간을 갖게 하자는 것이다.”
▶심=“자기 계발 이전에 ‘애국페이’(애국심을 빌미로 한 병사들의 낮은 월급)부터 같이 해결하면 안 되겠나.”
▶안=“동의한다.”
▶심=“어느 정도 계획이 있나.”
▶안=“그 수준에 대해서는 서로 생각이 좀 다른 것으로 안다.”
▶심=“안 후보도 약속하시면 (다른 후보들과) 거의 입장이 통일되니까, 병사들과 청년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지 않겠나.”
문 후보는 “병사들 급여 대폭 개선해야 한다. 적어도 임기 내 최저임금의 절반 수준까지 높여야 한다”고 했고, 심 후보는 “정의당이 작년에 가장 먼저 주장했는데 받아주셔서 감사하다. 꼭 시행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았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유 후보는 지난 23일 토론에서 “20만원 내외인 국내 병사의 급여 수준은 너무 낮아 최저임금의 50%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올리는 게 맞다”고 공감했다.
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