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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만 하는 줄 알았는데 “그 공약 채택하겠소” …협치 가능성 보여준 토론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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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경기 고양시 빛마루 방송지원센터에서 중앙일보·JTBC·한국정치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2017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가 180분 동안 열렸다. 후보들이 자신의 기호를 손으로 표시하며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박종근 기자

25일 오후 경기 고양시 빛마루 방송지원센터에서중앙일보·JTBC·한국정치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2017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가180분 동안 열렸다. 후보들이 자신의 기호를 손으로 표시하며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박종근 기자

25일 중앙일보ㆍJTBCㆍ한국정치학회가 공동주최한 대선후보 TV토론회를 두고는 “오랜만에 정책 검증이 가능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단순히 정책 수단에 대한 이견이나 이념적 차이를 확인했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저성장과 양극화, 저출산, 고령화, 안보 위기 등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공감대와 좋은 공약이라면 다른 후보들의 것이라도 채택하겠다는 ‘협치’의 가능성이 확인 된 것도 수확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①“미세먼지, 외교적으로 해결”
안철수(국민의당)=“미세먼지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중국에서 오는 것이다. 지금까지 외교정책이 안보와 경제, 큰 두 축을 중심으로 했다면 환경 이슈도 세 번째 큰 축으로 정상회담을 열고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유승민(바른정당)=“좋은 말씀이다. 한반도를 덮은 미세먼지가 얼마나 중국에서 왔는지, 석탄발전이나 경유차 등 우리 스스로의 책임이 어느 정도인지 한ㆍ중 공동조사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외교적으로 풀어야 한다. 원칙에 동의한다.”

최근 미세먼지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각 캠프별로 이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협력을 약속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도 정권 초 한ㆍ중 정상회담에서 주요 의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동북아 대기질 협력기구 설치를, 유 후보는 한ㆍ중ㆍ일 연합 대기환경 개선기금 마련,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한ㆍ중ㆍ일 환경보호 협정 추진을 각각 공약했다.

②“칼퇴근법, 공약 참 마음에 든다”
근로시간 단축을 공약한 후보들 간에는 유 후보가 내놓은 ‘칼퇴근법’과 ‘돌발노동금지’ 공약이 호평을 받았다. 퇴근 후 최소 11시간 휴식 규정 도입과 근로시간 공시제 도입, 퇴근 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한 업무지시 제한 등을 골자로 한다.

▶유=“안 후보의 (근로시간) 1800시간을 연간 목표로 하는 공약이 좋다고 생각하는데 박근혜 정부 공약과 똑같다. 결국 전혀 못지켰다. 어떻게 근로시간을 단축할건가.”
▶안=“저는 솔직히 유 후보의 칼퇴근 공약 참 마음에 든다. 집권하면 제 공약만 고집하는게 아니라 좋은 공약들을 실천에 옮길 것이다. (그 예로) 칼퇴근 공약을 들고 싶다.”
▶유=“(제 공약인) 돌발노동 금지법은.”
▶안=“그것도 마찬가지다. 합리적이고 좋다.”
▶유=“고맙다”
그러자 심 후보는 “그거 심상정 공약 벤치마킹했다는 얘기가 있다”며 호응했고, 문 후보도 “(공약을)높이 평가한다”고 했다. 홍 후보를 제외하고는 모두 연간 1800시간대로 근로시간을 줄이겠다고 공약했다.

③“비정규직 총량제, 수용할만”
▶유=“비정규직 문제는 지난 10년 간 더 심각해져서 굉장히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 상시·지속적 근로자는 비정규직 채용을 아예 못하게 하고, 업종별ㆍ기업별로 비정규직 총량제를 시행해야 한다. 직접적이고 강력한 대책인데 동의하는가.”
▶문=“동의한다. 수용할만한 공약이다. 차별금지가 규정돼있지만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강제할 법ㆍ제도가 필요하다. 그걸 제가 공약에 넣었다.”

실제 홍 후보를 제외한 네 후보는 상시ㆍ지속적 업무에 정규직을 고용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을 없애야 한다는데 이견이 없다. 문 후보는 비정규직 차별금지법 제정을, 안 후보는 고용 표준제 도입을, 심 후보는 업종별 임금 가이드 설정을 제시했다. 다만 홍 후보는 “노동 유연성을 확보해주면 비정규직이 없어진다”며 비정규직 공약을 따로 내놓지는 않았다.

④사병 월급 인상 한 목소리
국방·안보 분야에서는 진보 정당과 보수 정당 간의 입장 차가 선명했다. 그러나 사병 월급 인상에 대해서는 뜻을 같이 했다.

▶안=“저는 군내에 직업학교를 생각하고 있다. 그 기간에 사병들도 자기 계발 기간을 갖게 하자는 것이다.”
▶심=“자기 계발 이전에 ‘애국페이’(애국심을 빌미로 한 병사들의 낮은 월급)부터 같이 해결하면 안 되겠나.”
▶안=“동의한다.”
▶심=“어느 정도 계획이 있나.”
▶안=“그 수준에 대해서는 서로 생각이 좀 다른 것으로 안다.”
▶심=“안 후보도 약속하시면 (다른 후보들과) 거의 입장이 통일되니까, 병사들과 청년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지 않겠나.”
문 후보는 “병사들 급여 대폭 개선해야 한다. 적어도 임기 내 최저임금의 절반 수준까지 높여야 한다”고 했고, 심 후보는 “정의당이 작년에 가장 먼저 주장했는데 받아주셔서 감사하다. 꼭 시행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았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유 후보는 지난 23일 토론에서 “20만원 내외인 국내 병사의 급여 수준은 너무 낮아 최저임금의 50%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올리는 게 맞다”고 공감했다.

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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