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자 낸다는 각오가 두려운 이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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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8호 19면

Devil’s Advocate

“1분기는 흑자가 날 것으로 보인다. 연말까지 계속 흑자를 내겠다. 달성 못하면 사임하겠다.”

지난 18일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초단기 법정관리(P플랜)를 가까스로 피한 후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국책은행으로부터 추가로 2조9000억원을 지원받게 된 대우조선은 다음 달부터 수주 시장에 복귀하게 된다. 꼭 흑자를 내겠다는 정 사장의 발언이 불안감을 주는 부분은 바로 이 대목이다. 지금처럼 조선업계 시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1년이라는 단기간에 흑자를 내려면 신규 수주를 통해 선수금을 최대한 챙기는 수밖에 없다. 자칫 중장기 수익성을 외면한 덤핑 수주 경쟁으로 흐를 수 있다. 2001년 채권단 관리에 들어간 ‘주인 없는 회사’ 대우조선은 실제로 이런 방식으로 생존해 오다가 한국 조선업계 전체를 공멸의 길로 빠뜨렸다. 대우조선은 지금 매출 확대, 흑자 전환 같은 장미빛 청사진을 내세울 때가 아니다. 옥포조선소 도크를 줄이고, 4조원이 넘는 회사 부채를 줄이는 일이 급선무다.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다가 또다시 지원 얘기가 나온다면 그때는 국민들이 대우조선은 물론, 채권단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Devil’s Advocate] 악마의 대변인. 가톨릭에서 성인으로 추대하려는 인물의 행적과 품성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을 내는 역할을 맡은 사람을 말한다. 논리학이나 정치학에서는 논의의 활성화와 집단사고 문제의 해결을 위해 일부러 반대 입장을 취하는 것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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