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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윤 교수의 ‘중소기업 강국으로 가는 길’(6)] 오락가락 정책에 사각지대 몰린 자영업자

중앙일보

입력

부처마다 자영업자 기준·통계 달라... 한 쪽에선 돈 줄 죄고, 다른 쪽에선 자금 지원

서울 노량진에 있는 컵밥 거리. / 사진:중앙포토

서울 노량진에 있는 컵밥 거리. / 사진:중앙포토

서울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 국내 자영업자는 처음으로 500만 명을 돌파했다. 이후 지속해서 증가하다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로 29만 명이 줄었다. 이후 다시 증가해 2001년 최초로 600만 자영업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로 2008~10년 46만 명이 사라졌다. 이후 증가와 감소를 반복하다 2016년 말 현재 557만 명이다.

앞으로 자영업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경제 위기와 침체마다 명예퇴직은 늘었고, 퇴직금은 고스란히 창업에 몰렸다. 베이비붐 세대(1946~65년 출생자)의 은퇴와 맞물려 자영업은 가파르게 증가했다. 여기에 고령화로 실버창업, 일자리 부족으로 청년창업도 느는 추세다.

하루 11곳 문 열고 8곳 폐업하는 정글

문제는 폐업이다. 치킨집이 대표적이다. 2016년 말 기준 프랜차이즈 가맹점만 2만4453개다. 지난 1년 동안 3980개가 문을 열고, 2793개가 문을 닫았다. 하루 평균 11개가 팡파르를 울려 시작을 알리지만, 8개가 영원히 가계 셔터를 내렸다. 창·폐업이 늘수록 빚도 증가했다. 지난해 3월 기준으로 자영업 가구의 평균 금융부채는 1억 원을 넘어섰다. 전체 자영업자 대출은 2016년 480조원에 달했다. 다소 둔화했던 자영업자 대출이 최근 2년 연속 급증했다. 금융부채만 그렇다. 사채는 가늠하기도 어렵다. 생계를 위한 창업이 생계를 위협하는 창업이 됐다.

정부가 나섰다. 우선 정부는 1344조 원에 이르는 가계대출에 집중한다. 자영업자 대출은 가계대출의 3분의 1 수준이다. 가계대출 관리는 곧 자영업 대출 관리다. 자영업 대출을 죌 수밖에 없다. 자영업자, 가계, 국내 소비, 경제성장으로 이어지는 순환의 머리를 죄는 방식이다. 자영업자의 자금난은 불을 보듯 뻔하다. 하지만 자영업자 문제는 정작 다른 곳에 있다. 자영업 600만 시대라 한다. 정확하게 600만 명인지, 600만 개인지 불분명하다. 즉 자영업과 자영업자를 구분하기 어렵다. 자영업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정책대응이 나오지만 부처마다 목적이 다른 이유다.

자영업에 대한 정의는 나라마다, 기관마다 다르다. 자영업자에 대한 가장 일반적인 정의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와 ILO(국제노동기구)에 따른다. 자영업자는 고용주, 자영업주, 생산자조합 회원, 무급가족노동자의 범주로 정의한다. 다만 OECD는 ‘무급가족종사자를 포함한 비임금 근로자’로 자영업자를 정의하지만, ILO는 이를 제외하고 정의한다. 이런 탓인지 정부 공인 통계도 제각각이다. 일반적으로 자영업자는 근로기준법상 사업자로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언뜻 이해가 어렵다. 통계청 통계도 기준과 대상이 다르다. 경제활동인구조사는 종사자 지위를 따르니 사람이 기준이라 600만 명이고, 전국 사업체조사는 사업체가 기준이라 600만 개라 할 수 있다. 경제 활동인구조사는 분류를 그렇게 하지만 조사 대상은 또 사업체다. 따라서 두 통계가 혼란스럽긴 하지만 얼추 비슷하다. 그러나 통계청의 기업생멸행정통계를 보면 또 다르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혼동하기도 한다. 그러나 소상공인은 법적인 정의가 있다. ‘소기업 및 소상공인지원을 위한 특별법’은 소상공인을 ‘소기업 중 상시 근로자가 10명 미만인 사업자로서 업종별 상시 근로자 수 등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자’로 규정한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청은 소상공인을 분류하고 담당한다. 이러니 어떤 통계는 자영업자가 소상공인을 포함하기도 하고 어떤 통계는 그렇지 않다. 여기에 국세청 기준까지 적용하면 머리가 아프다.

공공 주차장에 자영업자 재기 위한 오픈마켓 연다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자영업자의 정책의 주요 관심 대상이 됐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정권 초기부터 천안함 사태, 광우병 파동이 닥쳤다. 여기에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선제적 확장 재정으로 대응했다. 자영업자에 포함되는 무등록사업자까지 자금이 들어갔다. 이후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국정과제 중소기업 부문에 자영업자를 포함했다. 기준도 없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뒤섞였다.

이뿐 아니다. 자영업으로 분류할 수 있는 전통시장의 좌판이나 리어카 상인도 지원 대상이다. 세금을 내지 않는 무등록 사업자에게 재정을 투입하는 꼴이다. 다 같은 국민이기에 그럴 수 있다. 어찌 됐던 정책의 범위와 대상이 넓어졌음은 부인할 수 없다. 반면, 통계적으로 신분이 같은 노점상은 철거의 대상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노량진 학원가의 노점 ‘컵밥’이다. 컵밥 때문에 사업자등록증을 낸 인근 분식점 사장님(소상인)들의 시름은 깊어졌다. 그래서 구청에서 노점상을 철거했다. 정부는 세금 사업자를 보호할 수밖에 없다.

규정이 없다 보니 정부 정책도 제각각이다. 나아가 서로 충돌까지 한다. 경제부처는 자영업자로 보고 가계대출을 죈다. 중소기업청과 지자체는 자영업으로 보고 창업을 지원한다. 정책자금을 투입해 자영업을 늘리면서 가계대출을 옥죄어 자영업자를 힘들게 하는 꼴이다. 어느 장난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

우리는 창업을 하면 성공을 비는 미덕이 있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창업만큼 일자리 창출 효과가 분명한 정책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 우리는 개업 집에 가면 망하지 말라고 걱정 섞인 덕담을 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여전히 창업 지원을 강화한다. 실업 문제 해결을 위해 창업을 지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16년 중소기업청은 소상공인지원 융자사업에 1조5550억 원을 지원했다. 자영업자 수를 고려할 때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은 규모다.

창업하면, 5년 이내 10곳 중 7곳은 폐업을 한다. 소상공인을 기준으로 그렇다. 자영업을 기준으로 하면 더 많다. 폐업은 소위 말해 ‘빚잔치’다. 일자리 때문에 창업은 불가피하다. 그렇다면 창업 성공이나 재창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러나 성공적인 창업은 지원금만으로 해결이 안 된다. 지원한들 건물 주인에게 임대료로 빨려 들어간다. 돈 버는 사람은 따로 있다.

창업 준비단계에서 철저한 준비가 답이다. 현재 소상공인포털에 비교적 상세한 상권 분석 정보가 있다. 정부 통계가 제각각이다 보니 신뢰가 안 가긴 한다. 먼저 정부는 부처별 정보 칸막이를 없애고, 통일된 정의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정확한 매출 정보가 있으면 더 좋다. 그리고 예비 창업자은 상권분석을 철저히 해야 한다. ‘나는 다르다’라는 자신감보다 냉정한 판단이 중요하다.

재기가 필요한 분들도 소홀함이 없이 대해야 한다. 실패를 경험했기에 정부 지원도, 은행 대출도 어렵다. 공공시설을 가보면 대부분 대형주차장이 있다. 여기에 오픈마켓을 만들어 이들의 재기를 도우면 어떨까 싶다. 농산물과 재고 중소기업 제품을 모아 공급하고, 이를 통해 재기를 돕는 것이 웬만한 복지정책보다 비용은 적고, 효과는 클 것이다.

오동윤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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