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규 공정위원장 - 15개 그룹 구조본부장 '뜨거운 점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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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왼쪽)과 이학수 삼성 부회장(오른쪽) 등 15개 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이 10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출자총액제한제도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조용철 기자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졸업기준이 너무 엄격하다."(재계)

"현행 졸업기준을 활용해 출총제에서 벗어나 달라. 구조조정본부의 경비 집행과 활동 내용을 공개하는 방안을 마련해 달라."(공정거래위원회)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과 이학수 삼성 부회장 등 15개 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이 10일 명동 은행회관에서 오찬간담회를 했다. 출총제와 지주회사 규정에 대한 얘기가 활발히 오갔다. 구조조정본부장들은 대기업이 자기자본의 25%를 넘어 다른 기업에 투자할 수 없도록 규제하는 출총제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고, 졸업기준을 대폭 완화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강 위원장은 "재계의 의견을 검토해 불합리한 점이 있으면 내년 출총제를 재검토할 때 반영하겠다. 그러나 소유지배구조 개선이라는 기본 원칙을 훼손할 수 없다"며 시각차를 드러냈다.

◆ "내부거래위원회 규정 너무 까다롭다"=재계는 사외이사로 구성된 내부거래위원회를 설치해 10억원 이상의 계열사 간 거래가 있을 때마다 이를 승인받도록 하는 현행 졸업기준은 시행하기 어렵다며 승인 대상 거래를 100억원이 넘거나 자본금의 10%를 초과하는 경우로 완화해줄 것을 요구했다. 공기업들은 계열사 지분율이 작아도 큰 문제가 없다며 출총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 줄 것을 요청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상당수 그룹은 지주회사가 소유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데 공감을 표시했다. 이를 위해 현재 상장기업은 전체 지분의 30%, 비상장기업은 50% 이상을 소유해야 자회사로 편입할 수 있다는 기준을 단계적으로 낮춰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강 위원장은 "자회사 편입 기준을 완화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지금보다 쉽게 지주회사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 구조본 역할 놓고 설전=강 위원장은 "구조본은 권한이 많지만 책임은 그만큼 지지 않는다"고 역기능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구조조정본부장들은 "구조본은 전략적인 투자 결정을 위해 꼭 필요한 기구로서 역기능은 거의 없다"고 답했다. 강 위원장은 간담회 시작 전 "삼성의 사회공헌 방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소유 지배 구조를 개선하는 것은 미흡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이학수 삼성 부회장은 간담회 도중 "사회공헌 등과 관련해 검토한 내용은 더 많은데 밝히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간담회에는 지난해 출총제 대상으로 지정된 현대차.SK.KT.한화.금호아시아나.두산.철도공사.동부.현대와 올해 신규 지정될 가능성이 있는 삼성.한전.포스코.롯데.대림.CJ 등 그룹의 구조조정본부장이 참석했다.

글=김원배 기자 <onebye@joongang.co.kr>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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