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계인사들이 말하는 지역감정 해소 방안|좋다 싫다는 표로 말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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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김대중 평민당 총재의 부산집회 방해· 숙소앞 난동에 이어 주말과 휴일 김영삼 민주당총재의 광주집회 무산과 김대중 총재의 대구집회 연설방해 등 잇따른 정치집회 폭력사태를 계기로 망국적 지역감정에 대한 우려가 크게 높아지고 있다 어떻게 보고, 어떻게 풀어야 될 것인가 각계의 의견을 듣는다.

<원로들이 먼저 앞장>
▲고흥문 (전국회부의장)=선거를 앞두고 시간이 지날수록 지역감정이 더 심하게 나타날 것 같아 걱정이다.
야당후보의 단일화가 안된데 가장 큰 원인이 있다고 본다. 열성 지지자들이 앞장서서 지역감정을 부재질하니 양 금씨가 설득을 한다해도 막을 수 없는 상황이다.
사회의 원로들이라도 나서서 방법을 찾아야 할 때다.

<차별대우 없어야…>
▲이세중(변호사· 서울변호사회회장) =무작정 지역감정을 없애자고 말하기에 앞서 정귄 담당자들은 정치과정의 민주화와 함께 과감한 개발투자로 지역간의 균형적인 발전을 꾀해나가야 하며 인재등용에 있어 출신지역에 따른 차별대우가 없도록 해야한다.
이와 함께 국민들은 내 이웃, 내 직장에서부터라도 지역감정 추방캠페인을 벌여 나라의 지도자를 뽑는 이번 대통령선거 역시 출신지역보다는 후보자들의 정치적 식견이나 영도력·인품 등을 기준으로 주권행사를 해야할 것이다.

<정치인들이 부추겨>
▲이병남(변호사) =호남출신의 한사람으로서 정말 안타깝게 생각한다. 부산·광주에 이어 대구에서도 폭력사태가 일어난 것을 보며 이런 현상이 계속 악화된다면 나라의 장래가 어떻게 될지 정말 우려된다.
특히 정치인들이 입으로는 지역감정 해소를 외치면서도 속으로는 오히려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면도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

<후보 단일화 급선무>
이정복 (서울대교수)=최근 선거 유세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역감정의 극단적 대립은 민주화를 위협할 뿐만 아니라 국민적 동질성마저 깨뜨리고 있다.
사태의 근본적 책임은 지난 26년간의 집권세력이 져야하지만 후보 단일화에 실패한 야권도 일단의 책임을 면할 순 없다. 이를 치유하는 응급책으로도 후보 단일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계속적 여론 압력 필요>
▲한배호 (고대교수) =정상적인 정치질서를 위협하는 반민주적 행위다 .정치의 폭력화가 상승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선거의미를 실추시키는 이 같은 문제를 시급히 해결하지 않고는 선거 자체가 위태로와 진다.
폭력을 유도하는 선동과 지역감정을 조장해서 이득이나 어부지리를 얻으려는 정치세력에 대해서는 국민적 지탄과 함께 이번 선거에서 패배시켜 정치권에서 탈락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계속적인 여론압력이 필요하다.

<역사 앞에 죄인 된다>
▲정양모(신부·서강대교수)=현실적으로 지역감정이 엉킨 유세장 폭력을 해결하는 길은 우선 양 금씨의 대통령후보 단일화가 첩경이다.
양 금씨의 분열은 지역감정해소라는 측면에서의 역행은 물론 국민 여망의 민주화를 또다시 5년 이상 지연시키는 역사의 죄인이 되고 말 것이 분명하다 .

<서로 양보자세 갖도록>
▲김시근 (목사· NCC고문·폭력대책위원장)=광주에 이은. 대구사태를 보고 눈앞이 캄캄한 느낌이었고, 슬펐다.
이제 문제가 현실로 제기된 만큼 여야는 물론 종교·사회단체 등은 이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지혜와 노력을 짜내야 한다.
정부당국에서도 한시바삐 정책적인 배려가 있어야하며 민정당과 평민당도 서로 양보하고 자제해 난제극복에 공동노력을 해야할 것이다.

<편파인사·행정책임>
▲이혜정(국민운동본부상임고문) =특정지역 출신자로 요직을 독점케 하는 등 편파인사·편파행정으로 임관한 박정희 정권에 그 책임의 뿌리가 있다.
이데올로기가 다른 국가와도 평화공존을 모색하는 지구촌 시대에 지역감정이라니 말도 안된다.
l2월 선거결과 누가 통치자가 되든 간에 상대적 소외감을 유발하는 편파인사·독선행정을 하지 말 것이며 국민들도 공정한 통치귄 행사가 이루어지도록 감시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말할 기회 뺏어서야>
▲김원일 (소설가) =특정후보가 좋다 ,싫다는 의견은 자신의 표로 행한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금처럼 지방색 때문에 폭력이나 과격한 행동으로 후보들에게 말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면 이번 선거는 물론 새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계속될 민주화 작업은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정치가들이 지방색 조장을 선동하는 행위도 하지 말아야 되는 것은 물론 시민들도 과격한 행동을 자제하고 후보들에 대해 감정을 앞세우기보다 이성적 판단을 하겠다는 노력이 필요하다.

<결과 승복자세 중요>
▲김완정 (31· 주부· 서울방배동 경남아파트) =국민대다수가 원하는 후보에게 출신지역에 관계없이 깨끗한 한표를 던지고 그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생각이 중요하다. 지역이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웃이 원수나 된 듯 선거유세까지 방해한다는 것이 말이나 될 법인가.

<정견 발표는 언론 통해>
▲신봉식 (전경련부회장)=민주화를 이룩하겠다는 이 마당에 광주에서와 같은 한심한 사태는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위해서는 물론이고 선거와 민주화 자체를 어렵게 한다고 본다.
이 같은 감정적 차원의 지역감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현재와 감은 대중집회를 통한 선거유세를 지양하고, 이보다는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등 언론매체를 통한 정견발표가 우선되어야 할 것 같다.

<범국민적 차원서 노력>
▲윤병철 (한국투자금융사장)=민주화를 위한 국민적 컨센서스가 이루어진 마당에 목전의 감정에 치우쳐 이 같은 불상사가 일어난 데 대해 착잡하고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의 서글픈 심정이다.
정치적 의견의 자유로운 표현을 보장할 수 있는 게임의 룰이 정부자원에서 확실하게 마련되어야 하며, 지역감정해소를 위한 범국민적 차원에서의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언제까지 악순환이…>
▲하한익 (대한병원협사무총장)=충격적이다. 국제회의에 갔다가 지난 13일 귀국, 부산 국제호텔 난동사건을 얘기 듣고 놀랐는데 14-15일 광주·대구의 잇따른 사태를 보니 나라장래가 걱정된다.
부산시 그랬다고 광주서 보복하고, 광주서 일 났다고 대구서 보복하다니 언제까지 이런 악순환이 계속돼야 하나. 국민 모두가 함께 마음을 가라앉히고 어떻게 해야할지 냉철하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편이 갈려선 안 된다>
▲최진수 (25· 연세대 사회사업학과4년) =지역감정은 우리 역사의 오래전부터 점차 자리잡아 왔을 뿐 아니라 60년대 이후에까지 지역적 개발의 불균형 등으로 심화돼 왔다.
우선 위정자들이 각성해야 하며 국민 모두가 이 작은 나라에서 편이 갈려서는 안된다는 마음으로 자세를 새롭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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