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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뽑기방’, ‘대왕 카스테라점’ 우후죽순 생겨났다 사라지는 기업생태계 바꿔야 한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 1~3월 새로 생긴 대왕 카스테라 판매점은 서울에만 약 50곳, 3월 중순 이후 새로 생긴 대왕 카스테라 판매점 0곳, 폐점 2곳.  그리고 최근 한 달 간 전국적으로 새로 생긴 인형뽑기방 약 300곳.

서울대 행정대학원 세미나, 경제성장과 규모별 기업 비중 간 관계 논의

생계형 소기업들이 유행을 타고 우후죽순 생겼다가 계절이 지나면서 사라지는 모습은 낯설지 않다. 소기업이 중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철새처럼 여러 업종을 전전하는 현상이 우리 기업 생태계의 취약성을 드러낸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서울대 행정대학원이 주관한 특별세미나 ‘대한민국, 일자리와 경제성장 주역은 누구인가?’에서 김정주 중소기업연구원은 18개 OECD 선진국을 대상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나라별 경제성장률과 소기업(고용인원 1~9명), 중기업(10~249명), 대기업(250명 이상) 수 비중을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성장률이 높고 실업률이 낮은 나라일수록 중ㆍ대기업 비중이 컸다. 스위스가 대표적이다. 반대로 경제성장률이 낮고 실업률이 높은 나라일수록 소기업 비중이 컸다.  한국은 후자에 속했다. 한국은 18개국 평균보다 소규모 기업 비중이 4.95%포인트나 높았다(92.65%). 중규모 기업 비중은 4.71%포인트 낮았다(7.29%).

경제성장률이 높은 국가에서 중ㆍ대기업 비중이 큰 이유는 소기업이 더 큰 규모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잘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이들 국가에서는 먹을거리를 위한 ‘생계형 창업’보다는 잠재력 있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기회형 창업’이 많았다. 일단 창업이 이뤄지면 잘 발달한 벤처 환경 등에 힘입어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했다.

반대로 저성장 국가에서는 생계형 창업이 많았고, 사업아이템의 한계 등으로 중기업으로 발전하지 못했다. 기회형 창업이 성공할 수 있는 토대 역시 부실했다.

실업률이 낮은 국가일수록 중ㆍ대기업 비중이 큰 현상도 관찰됐다. 이는 중ㆍ?대기업의 고용 흡수력이 높음을 뜻했다. 특히 국가마다 대기업 고용은 전체의 40% 수준이었지만, 소기업에서 성장한 중기업이 나머지 고용을 흡수하는 모습을 보였다. 즉 수많은 카스테라 판매점이 생겨 여기서 일정부분 고용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이들이 중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한다면 유의미한 실업률 감소를 이끌어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한국에서는 기회형 창업이 성공하는 경우가 드물다. 생계형 창업이 과도하게 이뤄져 일시적으로 ‘고용의 저수지’ 역할을 해주지만 한계가 있다”며 “대기업-중소기업 간 불공정 거래 관행 개선, 기회형 창업의 성공 토대 마련 등 소기업이 중ㆍ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재영 기자 yun.jae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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