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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보고서 조작한 호서대 교수, 2심도 징역 1년4개월 선고

중앙일보

입력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해 인명피해를 발생시킨 옥시레킷벤키저(옥시ㆍ현 RB코리아)의 유리한 실험보고서를 써달라는 부탁을 들어주고 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기소된 호서대 유모(62) 교수가 2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부(김인경 부장판사)는 검찰과 유 교수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유 교수에게 원심과 같은 징역 1년4개월, 추징금 24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최종보고서의 내용이 허위가 아니라고 해도 부정한 청탁으로 대가를 받았다면 범죄가 성립한다. 연구용역과 자문 계약의 내용, 자문료를 받은 시기, 액수 등을 고려할 때 청탁의 대가로 보기에 충분하다”며 배임수재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1심 판단을 수용했다.

유 교수는 2011년 옥시와 ‘가습기살균제 노출평가 시험 및 흡입독성시험’ 연구용역계약을 체결하며 옥시에 유리한 결과를 내달라는 청탁과 뒷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 조사에서 유 교수는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의 유해성 실험을 할 때 실험 공간의 창문을 열어 두는 등 옥시에 유리하도록 실험 결과를 조작한 것이 드러났다. 보고서는 피해자들의 폐 손상이 가습기 살균제가 아닌 곰팡이 등 때문일 수 있다고 작성됐다. 옥시는 유 교수에게 연구용역비 외에 자문료 2400만원을 지급했다.

법원은 유 교수가 옥시에서 받은 1억원 상당의 연구비 중 6800만원을 빼돌린 혐의(사기)도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개인적으로 착복한 게 아니라도 허위 인건비 명목 등으로 연구비를 타낸 건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유 교수가 연구와 무관한 기자재를 구입하고 실제로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연구원을 기재해 인건비를 청구하는 방식으로 연구비를 받아갔음을 확인했다.

지난해 10월 1심 재판부는 “유 교수가 작성한 보고서가 옥시 측 주장을 뒷받침해 가습기 살균제의 피해를 밝히는데 혼란이 발생했다. 대학교수로서 공정성과 객관성을 유지해야 하는데 사회 일반의 신뢰를 크게 훼손했다”며 징역 1년4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1심과 비교해 양형 조건에 변화가 없고 1심의 형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양측의 항소를 기각한 이유를 설명했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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