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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 고교동창에게 '노예계약' 쓰게 하고 금품 뜯어낸 30대 구속 기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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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가 있는 고교 동창에게 수년간 주먹을 휘두르고 금품을 빼앗은 30대가 재판에 넘겨졌다. 이 남성은 고교 동창에게 대출을 강요해 돈을 뜯고도 "최장 10년간 월급을 모두 상납한다"는 내용의 노예계약서까지 쓰게 했다.  

수원지검 안산지청, 사기 상습폭행 등 혐의로 30대 친구 구속 기소 #지적장애 동창에게 1억4000만원 상당 금품 빼앗고 폭력 휘둘러 #

수원지검 안산지청 형사1부(김연곤 부장검사)는 18일 사기와 상습폭행·특수상해 혐의로 A씨(33)를 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2012년 7월 우연히 고교 동창 B씨(33)를 만나게 됐다. B씨는 지체 장애로 IQ 79의 지적 수준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A씨는 B씨가 세상 물정에 어둡다는 점을 노려 자신이 운영하는 치킨 가게에서 일을 시키기로 했다. 그는 B씨에게 "내가 운영하는 치킨집을 인수하라"며 "권리금 1800만원, 임차보증금 1000만원 있으면 된다. 돈이 부족하면 대출을 받으라"고 권했다.

A씨는 이후 2013년 3월 치킨집을 폐업할 때까지 약 7개월간 B씨에게 닭을 튀기게 하고 청소를 시켰다.

또 B씨가 치킨집을 인수하기 위해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고 전세보증금까지 빼 마련한 돈 5900만원까지 받아 챙겼다. 
이 때문에 B씨는 집 보증금도 날리고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고 한다.

A씨는 이후에도 "너의 치킨집 운영을 돕느라 내가 2000만원 이상을 썼고 이자를 갚아야 한다. 거제도 조선소에서 일한 뒤 돈을 갚으라"며 노예계약서를 작성할 것을 강요했다고 한다.

이 계약서에는 "B씨가 조선소에 입소해 받는 돈을 모두 돈을 갚는 데 쓰고, 최장 39살까지 급여의 모든 권리를 A씨에게 이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A씨는 B씨가 신고할 것을 우려해 계약서에 "그날 일과나 특이사항, 고민 여부를 전화로 모두 알린다. 계약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발설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B씨는 2013년 4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3년 2개월 간 조선소에서 일하며 받은 돈 8364만원을 모두 A씨에게 건넸다고 한다.

하지만 B씨에게 돌아온 것은 A씨의 폭행이었다. A씨는 치킨집을 운영할 당시 B씨에게 "닭을 왜 빨리 못튀기냐. 주문을 제대로 못받았다" 등의 이유를 들어 뺨을 때리고 빗자루로 종아리를 때리는 등 상습적으로 주먹을 휘둘렀다. 치킨집을 폐업한 뒤인 2013년 8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는 자신이 일하는 사무실로 B씨를 불러 음료수를 나르게 하고 자판기를 관리하게 하는 등 자신의 일을 대신 시키고 "지각했다" 등의 이유를 들어 또 폭력을 휘둘렀다. 

지난해 6월 중순부터 1주일 동안은 "일을 제대로 못했다"며 야구방망이를 휘둘러 상처를 입히기도 했다. A씨의 폭행 등을 피해 달아났던 B씨는 뒤늦게 피해사실을 알게된 가족들의 신고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검찰 관계자는 "B씨가 노예처럼 생활하는 동안 A씨는 B씨에게 받은 돈으로 드럼을 구입하는 등 자신의 생활비와 유흥비로 사용했다"며 "A씨는 자신이 돈을 갈취해 B씨가 신용불량자가 되자 B씨 어머니의 명의로 된 은행 계좌를 개설해 자기가 관리하는 등 철저하게 B씨를 이용했다"고 말했다.


 안산=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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