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중국 '한국 인삼 안좋다' 흑색선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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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홍콩.중국에서 인삼 전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한국산 '고려인삼'의 아성에 서양삼(일명 화기삼, 주로 미국.캐나다산을 가리킴)과 삼칠삼(중국산)이 거세게 도전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업체들이 본격적인 수성에 나섰다.

농협 계열인 ㈜농협고려인삼이 유통망을 갖춰 한국인삼공사와 함께 홍콩.중국.동남아 인삼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서양삼을 파는 업체들은 "고려인삼은 몸 안의 열을 올리기 때문에 열이 많은 사람에겐 좋지 않다"는 입소문을 퍼뜨리고 있다.

또 값싼 삼칠삼은 고려인삼으로 둔갑해 팔리고 있다. 고려인삼을 수입해 파는 JWL트레이딩 유재우(柳在禹)사장은 "홍콩은 매년 1억1천만달러(약 1천3백억원) 규모의 인삼을 수입하는데, 최근 한국산의 시장 점유율이 서양삼과 삼칠삼에 밀려 뚝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래서 한국 인삼업체들은 수삼.백삼의 판매를 사실상 포기하고 홍삼 판매에만 매달리다 보니 판매실적이 연 2천만달러 안팎에 불과하다고 柳사장은 전했다. 홍콩에선 현재 40여개의 점포가 '정관장' 상표로 한국산 홍삼을 팔고 있다.

이에 맞서 농협고려인삼은 지난 14일 홍콩에서 인삼 수입상.한약재상 등 1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고려인삼의 효능'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고려인삼 역시 서양삼과 마찬가지로 몸 안의 열을 올리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를 소비자들에게 홍보하기 위한 조치다. 이 회사는 조만간 상하이(上海)와 타이베이(臺北)에서도 세미나를 열 계획이다.

농협고려인삼의 김긴수(金緊洙)사장은 또 "장기적으로 서양삼과 중국삼의 농약 잔류 문제를 제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농협고려인삼은 또 '한삼인(韓蔘印)'이라는 독자 브랜드를 채택해 현지 유통업체들의 판매 마진을 올려주는 전략을 채택했다. 金사장은 "2만3천여 인삼 재배 농가로부터 물건을 직접 사들이기 때문에 한국인삼공사보다 가격 경쟁력이 높다"며 이를 바탕으로 현지 유통업체들의 판매 마진을 올려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칫 한국업체끼리의 판매 경쟁이 일어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외교 공관도 한국산 인삼 판매를 늘리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 주(駐)홍콩 총영사관의 강근택(姜根鐸)총영사는 "홍콩 공무원들을 만날 때마다 '가짜 고려인삼'을 단속해 주도록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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